연구자·창업자 위주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던 제약바이오회사들이 주주들과 갈등으로 힘겨운 새해를 시작했다. 일부 회사들은 연구자 출신 대표들이다 보니 회사 경영에서 시행착오를 겪거나, 치료제 개발에서 뚜려시한 성과를 내지 못해 주가하락으로 이어지자 주주들과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주들과 분쟁 중인 많은 회사들의 공통점이 대부분 연구자(개발자) 등 창립멤버와 친인척으로 최대주주가 구성됐고, 소액주주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회사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거나, 합병 등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은 이사 중 1명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올해 주총에서는 이사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지분 40% 이상을 확보하면서 경영진을 압박한 바 있으며, 최근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추천 이사 2명이 선임된 바 있다.
헬릭스미스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김선영 대표이사로 5.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9월30일 기준 5% 이상 주주는 김 대표가 유일하고, 아들인 김홍근 씨 등 친인척과 등기이사 지분을 합해도 7.25%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헬릭스미스는 11일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됐다고 공시했다. 이번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주주명부를 채권자들이 열람 및 등사(촬영 및 컴퓨터 저장장치로의 복사 포함)하도록 허용해야 하는데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파스도 소액주주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강모씨 외 369명은 이사 2인 선임의 건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의 허가 판결로 오는 2월9일 개최할 예정이다.
라파스와 일부 주주들의 분쟁 이유는 지난 8월 회사가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때문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라파스는 특정인이 전체 발행 물량의 절반을 살 수 있도록 했는데, 소액주주들은 해당 특정인이 라파스 정도현 대표라고 보고 있다.
당시 전환가액은 주당 5만1천79원이며, 최저 조정가액은 4만864원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특정인이 주가가 떨어지면 적은 돈으로도 많은 지분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라파스는 CB발행을 결정한 8월 19일 종가가 5만600원이었으나 27일까지 꾸준히 상승하면서 7만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9월이 들어서면서 5만원으로 하락한 이후 횡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라파스 소액주주연대는 11일까지 확보한 주식이 약 330만주, 총 주식의 38%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라파스는 정도현 대표가 23.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친인척과 임원들을 포함한 지분은 25.27%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 반려견 대상 항암면역치료제로 개발하던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 신청을 철회한 박셀바이오도 소액주주와 공방이 오가고 있다. 소액주주 단체가 구성됐는데 회사가 소액주주를 고소하는 등 법적 분쟁이 오가는 모양새다.
분쟁의 중심에는 주가하락이 커 보인다. 1년전 23만2천4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2월10일 7만원대를 유지했으나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 신청 철회이후 3만원대까지 내려갔다 현재 4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각자 대표 체제에서 이준행 대표의 사임으로 이제중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준행 대표이사는 대표이사직만 사임했고, 시내이사직은 유지한다.
반면 법인이나 최대주주 비중을 높인 회사들은 빠르제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주주들과의 갈등을 줄이면서 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8일까지 거래재개 심판대에 오를 신라젠은 최대주주가 법인으로 바뀌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이사 등 과거 경영진의 배임 혐의를 이유로 1년7개월째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신라젠은 거래재개를 위해 빠르게 매각작업에 나섰으며, 그 결과 철강 사업에 주력하던 엠투엔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분율 역시 우호지분 포함 30.37% 가량을 확보해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됐다.
에이치엘비(HLB)는 여러 회사의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최근 전임상 전문 업체인 노터스와 지트리비앤티(現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를 연이어 인수했다. 특히 지트리비앤티를 인수하는데 있어서 넥스트사이언스, 에이치엘비제약 등 그룹 6개 법인이 컨소시움을 구성했다.
특히 기존 전자사업과 바이오사업 부문을 제외한 기타 목적사업을 삭제하며 재정비까지 마쳤다. 에이치엘비그룹 특색에 맞게 사업방향을 바이오사업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들 상당수가 창업자나 연구자 중심으로 상장을 한다. 이후 운영과정에서 전환사채(CB) 등 투자를 받는 일이 많아 지분 구조 자체가 취약해지기 마련”이라며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지분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회사들과 점점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