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아버지 "한국은 30년간 리눅스 발전 충분한 역량 있어"

NIPA 주관 '공개SW 페스티벌'서 밝혀..."모든 곳에 리눅스가 있어"

컴퓨팅입력 :2021/12/01 09:11    수정: 2021/12/02 17:28

공개소프트웨어(공개SW) 대명사인 리눅스를 창안한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는 30일 "한국은 강력한 기술적 배경과 다수의 거대한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30년간 리눅스 발전을 위해 충분한 역량(wellpoised)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발즈는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2021년 공개 소프트웨어(공개SW) 페스티벌' 행사에서 축사를 겸한 간략한 인사말을 했다.

 토발즈는 1991년 당시 헬싱키 대학생으로 리눅스를 처음 만들어 세상에 공개했다. 이후 수많은 개발자 및 기업 손을 거치며 여러 형태로 진화, 현재의 버전(5.16 커널 릴리스 캔디데이트)까지 이르렀다. 전세계 상위 슈퍼컴퓨터 500대 모두가 운용체계(OS)로 리눅스를 사용할만큼 현재의 디지털 발전에 리눅스는 큰 기여를 했다. 

토발즈는 "여러분 모두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인사말과 함께 "이곳 비 내리는 오리곤 포틀랜드 우리 집에서 리눅스 커널 5.16 버전의 머징 윈도(merging window)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머징 윈도'는 각 개발 주기가 시작되는 때에 수행하는 과정으로, 이 시기에는 많은 코드 중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코드가 메인 커널(main kernel)에 병합된다. 많은 패치들이 병합되기 때문에 검토하고, 테스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리눅스 창안자인 리누스 토발즈가 온라인으로 한국 개발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을 개인적인 일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밝힌 그는 "요즘 해외 여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곧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면서 "화상으로 소통하는 시대에도 오픈소스는 아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커널은 이메일을 통해 모든 작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잘 해내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개발자들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저는 한국의 개발자분들이 리눅스 커널과 다른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이룩한 성과를 보며 기쁘다"면서 "오픈소스 장점 중 하나는 개인이건 회사이건 모든 이들이 자기가 관심을 가진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기술적 배경과 다수의 거대한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가진 한국은 향후 30년간 리눅스 발전을 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발즈에 이어 리눅스 구루(GURU, 스승이라는 뜻으로 전문가 이상의 최고급 개발자를 칭함)로 리눅스 재단에서 근무하며 커널을 관리하고 있는 그렉 크로아 하트먼(Greg Kroah-Hartman, 리눅스 재단)이 구글서 글로벌 머신러닝 생태계 프로그램 리드로 근무하고 있는 권순선 씨와 인터뷰 형식으로 본인의 리눅스 경험과 리눅스의 현재와 미래를 들려줬다. 권순선 구글 리드는 90년대부터 오랫동안 리눅스 확산에 힘써온 한국의 대표적 리눅스맨이다. 

1990년 초반 직장에서 리눅스를 처음 사용한 하트먼 역시 본인이 짠 코드를 같은 개발자들이 평가해주는 '피어 리뷰'에 빠져 리눅스 세상에 본격 발을 들여 놓았다. "어느 주말에 아내와 딸이 외출하는 바람에 자유시간이 생겨 제가 드라이버를 직접 작성해 봐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책을 집어들었고 지원됐으면 하는 장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드라이버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보내고 나니 너무 자랑스럽더라고요. 근데, 바로 반응이 오는 거에요, ‘이게 잘못됐네, 이게 잘못이네 하는….그게 너무 놀라웠고 또 좋았어요."

리눅스재단에서 일하는 리눅스 그루 그렉 크로아 하트먼(오른쪽)이 구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리눅스 개발자 권순선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리눅스 재단에서 일한지 7~8년쯤 됐다는 그는 "안정 버전 리눅스 커널을 관리하고 출시하는 일을 약 17년간 했다"면서 "안정 버전 커널 출시를 릴리즈 브랜치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때때로 두 번 한다. 안정버전 커널은 리눅스를 사용하는 장치들이나 배포판 등을 만드는 분들을 통해 해당 장치나 배포판에 반영된다. 내가 처음 만든 업스트림의 메인 USB 서브시스템 뿐 아니라 안정버전 커널을 여전히 관리하고 있다. 나는 정말 이 일을 좋아한다"고 들려줬다.

세계적 리눅스 전문가인 그는 "리눅스가 이제 모든 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수년 전 작은 장치 하나가 기억나는데, 어머니가 집에 쓸 새 온도조절장치를 가지고 왔다. 컴퓨터로 조절하는 거였는데 리눅스를 사용했다.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리눅스는 모든 곳에 있다. 우리 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의 형태로, 혹은 IDC 안에 인터넷 서버로, 임베디드와 커다란 서버들 등등 모든 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4천명 내지 5천명 정도가 커널 개발에 참여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전세계 개발자들이 다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유일한 것은 리눅스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 뿐"이라며 "그래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기여한다. 그게 전체 목표"라며 오픈소스 철학인 '기여'를 설명했다.

카카오TV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한 '2021년 공개SW 페스티벌'은 △개발자 △커뮤니티 △기업 △토크 등 4개 트랙에서 20개 발표(세션)가 이뤄졌다.

토발즈와 하트먼 축사와 대담외에 전희원 네이버 클로바리더가 ‘오픈소스로 성장하기’를 주제로, 황은경 카카오 오픈소스기술파트장이 ‘오픈소스 관리 서비스와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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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에서 개발자 경력으로 시작해 SKT를 거쳐 현재 네이버에서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클로바리더로 근무하고 있는 전희원 씨는 "개발하면서 얻은 기쁨이 많다. 특히 예상치 못한 기쁨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자들에게 과감히 본인이 개발한 코드를 공개하라고 권유했다. "개발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하드(디스크) 안에 죽어있는 코드들이 많이 있다. 거기에 보물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면서 "(공개를) 두려워 말라. 작은 함수라도 도전해라. 서랍에 있는 함수를 공개해라. 본인이 개선해도 되지만 전세계인과 함께 개선해라. 중요한 건, 지금 바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은경 카카오 기술파트장은 카카오 예를 들며 '오픈소스 관리 서비스와 기업의 역할'을 발표했다. "주요 기업의 95%가 비용절감과 최신 기술 습득 등의 이유로 오픈소스를 사용한다"며 오픈소스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카카오가 사용하고 있는 '올리브'라는 오픈소스 관리 플랫폼을 소개했다. 프로젝트 증가로 관리하는 오픈소스 수효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올리브'가 관리하는 오픈소스 수가 약 7200여개라고 설명했다.더 쉽고 빠른 오픈소스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공유 데이터 확대를 위해 다른 회사와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희원 네이버 리더가 발표하고 있다.
황은경 카카오 기술파트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