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서비스를 위해 풀어야 할 다섯 가지 난제

[이균성의 溫技] 아직 아무도 못 봤다

데스크 칼럼입력 :2021/11/23 11:30    수정: 2021/11/23 12:12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20여 년 전 닷컴 초창기 열풍과 비슷하다. 당시 열풍은 투자의 관점에서만 볼 때는 분명 과열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세상이 얼마나 크게 변하였는지는 누구나 실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과거에 없던 것이 수도 없이 생겨났고, 그렇게 생긴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와 상품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그 학습효과가 크다. 그리고 변화를 선점하는 것이 그 학습의 목표다. 선점은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먼저 준비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4반세기 닷컴 역사를 통해 지난 시절의 인터넷 서비스와 앞으로 전개될 메타버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내는 게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최대 공통점은 아마도 ‘누구나 그것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그것을 ‘환경’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없이는 사회생활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의 인터넷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메타버스 없이는 생활하기가 극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공통점에 비해 차이점은 아주 많다. 중요한 것은 이 차이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나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그게 메타버스 이해의 핵심이다.

메타버스는 지금까지의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3D 가상세계’로 건설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 말은 간단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구현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3D는 ‘기술’과 ‘자금’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가상세계는 그게 단편적인 서비스 이상임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이용자’ ‘통합성’ ‘완성도’라는 쉽지 않은 세 가지 난제와 또 부닥쳐야 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3차원 입체영상을 의미하는 3D 기술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실사 영상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면서도 실감은 떨어진다. 이를 볼 수 있는 장치도 아직 더 진화해야 한다. 문제는 메타버스 서비스 기업이 마음먹는다고 이를 앞당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반기술 기업의 진보 속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그 시기를 지금 가늠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때문에 성급한 투자에 나설 경우 많은 서비스가 크레바스(crevasse)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덜 성숙된 기술을 써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그만큼 많은 비용이 요구될 수 있다는 사실도 난제다. 초기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자금이 부족하면 쉽게 손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다.

가상세계라는 단어에서는 그게 단편적인 서비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단편적이거나 부분적이어도 차별화를 통해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세계는 다르다. 통합성을 배제한다면 서비스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통합성은 장르 통합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기술과 서비스를 종횡으로 통합하는 것을 뜻하다.

통합의 중요성 때문에 메타버스 사업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그런 것처럼 스타트업에 우호적이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소중했지만 메타버스 시대에는 기술과 서비스를 모두 집어넣어 녹이고 버무리는 용광로 같은 힘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인터넷 분야 빅테크로 더 쏠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성 때문에 완성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것은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그만큼 편하다. 완성도가 낮으면 유치해진다. 몰입감을 주지 못하는 실패한 3D영화나 게임을 떠올려보면 짐작할 수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는 통합도에서 3D영화나 게임 그 이상이다. 3D영화나 게임은 재미만 주면 되지만 메타버스 서비스의 경우 유용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사실이 완성도에는 큰 부담이다.

관련기사

서비스 초기 이용자가 극도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난제다. 초기에 이용자를 특정하지 않는 메타버스 서비스 기획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메타버스 서비스의 경우 초기엔 범용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경제력이 약한 10대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무료 서비스로 충분히 검증하는 전략을 펴는 게 좋을 수 있다. 초기엔 역으로 유치함을 매력으로 삼는 게 더 먹힐 수도 있다.

기업의 상업 서비스 개발 속도는 각 기업의 체력에 맞게 할 일이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민원 서비스를 메타버스로 옮기는 것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 구현이 위에서 살핀 것처럼 쉽지 않은 만큼 자칫하면 예산만 낭비하고 이용자를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가 기껏 구축한 메타버스 서비스보다 더 편하다면 헛발질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