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PC용 스냅드래곤 칩 전략 180도 수정...왜?

지난 1월 인수한 누비아가 CPU 재설계..."인텔·애플과 경쟁할 것"

홈&모바일입력 :2021/11/18 17:01    수정: 2021/11/18 17:11

퀄컴이 2016년 말부터 추진해온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반 ACPC(올웨이즈 커넥티드 PC) 전략 전환을 선언했다. 스마트폰용 칩의 성능을 강화해 PC용으로 공급했던 전략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된 '인베스터 데이 2021' 행사를 통해 "PC용 스냅드래곤 칩의 ARM 코어를 누비아 팀이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베스터 데이 2021' 행사에 나선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사진=퀄컴)

퀄컴은 프로세서와 함께 내장 그래픽칩셋인 아드레노(Adreno)의 성능도 PC용 그래픽칩셋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새로운 CPU와 GPU를 내장한 PC용 칩 시제품은 내년 8월부터 주요 PC 제조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 2016년부터 PC 시장 노크...반향은 미미

퀄컴은 2016년 말부터 윈도10을 구동할 수 있는 스냅드래곤 AP 기반 ACPC(올웨이즈 커넥티드 PC)에 힘을 싣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8cx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북S. (사진=씨넷닷컴)

HP를 시작으로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국내외 주요 PC 제조사가 스냅드래곤 기반 ACPC를 내놓고 있고 최근에는 보급형 AP인 스냅드래곤 2세대 7C 프로세서 기반 제품도 다수 출시됐다.

그러나 ACPC는 4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ARM 칩 기반 노트북 시장에서 퀄컴은 약 3%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2021년 ARM 칩 탑재 노트북 금액별 시장 점유율. (그림=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핸드셋 컴포넌트 서비스 부문 담당 스라반 쿤도얄라 차장은 "퀄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 운영체제 부문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노트북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PC용 칩,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든다"

퀄컴은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진행된 '인베스터 데이 2021' 행사를 통해 PC 전략의 일대 수정을 예고했다.

이날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앞으로 출시될 PC용 스냅드래곤 칩의 핵심 코어는 누비아 팀이 개발할 것이며 성능 면에서 애플·인텔 칩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 스냅드래곤 7c·8c 컴퓨트 플랫폼. (사진=퀄컴)

지금까지 퀄컴이 ACPC용으로 내놓았던 스냅드래곤 835/850/cx 등 ACPC용 AP는 모바일(스마트폰)용 칩의 연산 성능이나 그래픽 성능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 출시할 ACPC용 칩은 코어를 완전히 새로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누비아(Nuvia)는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용 A시리즈 칩을 설계했던 핵심 엔지니어 3명이 2019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퀄컴은 올해 초 누비아를 14억 달러(약 1조5390억원)에 인수했다.

■ "그래픽 성능도 개선...2022년 8월 시제품 출하"

퀄컴은 CPU 코어 뿐만 아니라 내장 그래픽칩셋인 아드레노 시리즈의 성능도 크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아드레노 GPU의 성능을 독립형 그래픽칩셋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AMD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AP에 라데온 그래픽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AMD)

아드레노 GPU의 성능 향상은 ACPC 뿐만 아니라 모바일용 스냅드래곤에도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AP에 AMD 라데온 그래픽 기술을 적용해 성능 향상에 나선데다 애플도 M1 맥스 칩의 그래픽성능을 데스크톱급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퀄컴은 새로 개발한 PC용 스냅드래곤 칩 시제품을 내년 8월부터 주요 PC 제조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적용한 실제 제품은 오는 2023년 출시될 전망이다.

■ 누비아 vs 애플간 법적 분쟁 '변수'

퀄컴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5G 등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성능을 향상시킨 새 PC용 칩에 5G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텔은 미디어텍과 협업해 개발한 5G 모듈을 탑재한 노트북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인텔)

인텔은 올 상반기 미디어텍과 함께 5G 모뎀을 PC에 탑재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가 다 가도록 아직 소식은 없다. 애플도 아이폰·아이패드용 5G 모뎀칩은 퀄컴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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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애플과 누비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법적 분쟁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제러드 윌리엄스 누비아 CEO가 2019년 3월 애플에서 독립해 회사를 차리자 애플은 그를 영업비밀 유출로 고소했다. 제러드 윌리엄스 CEO도 "문자메시지를 불법적으로 감시했다"며 애플을 맞고소했다. 양자 사이 분쟁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