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는 작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기반자금 확보 및 투자활성화(38.4%)를 꼽았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만족도는 44.4%였고, 대기업 재직자가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도 19.2%에 달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얼, 센터장 최항집)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1’을 7일 발표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014년부터 오픈서베이가 공동으로 시행해 온 설문조사다. 매년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변 변화를 분석, 업계 트렌드를 파악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8월 5일부터 19일까지 총 15일간 오픈서베이를 통해 진행됐다. 창업자 164명, 대기업 재직자 250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작년보다 8점 오른 79점…투자 유치는 여전히 숙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했던 스타트업 생태계는 올해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됐다.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에 대한 인식은 79점으로 지난해 71점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34.7%로 가장 많았다. 생태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는 ‘벤처캐피탈의 미온적 지원’이 36.4%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벤처투자액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음에도 투자 유치는 여전히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 및 투자활성화(38.4%)’를 뽑았다. 다음으로 규제완화(34.8%)와 우수인력 확보(33.5%)가 뒤를 이었다. 창업자들은 투자 유치시 회사가치(밸류에이션, Valuation) 산정과 인정(41.5%)이 가장 어렵다고 응답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긍정적 인식으로 스타트업 취업 및 이직 선호도는 소폭 높아졌다. 대기업 재직자가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19.2%)은 전년 조사 대비 소폭 증가(1.6%p)했다. 대기업 재직자들은 ‘스타트업을 ‘혁신적인/창의적인(33.2%)’, ‘젊은/새로운(24.4%)’ 이미지로 보고 있으며, 스타트업의 ‘불안정한/불투명한' 이미지가 작년 22.6%에서 올해 19.6%로 감소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스타트업 이직/취업 고려율 역시 전년 조사(23.0%)에 보다 7.5%포인트오른 30.5%를 기록했다. 창업고려율을 보면 대기업 재직자는 34.0%로 전년 조사 대비 하락(-8.4%p)했다. 취업준비생의 창업고려율은 35.5%로 전년 조사와 비슷했다.
스타트업 재직자의 경우 44.4%가 스타트업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38.8%)’는 만족스럽지만 ‘급여 및 복리 후생(30.4%)’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 및 사수 부족(27.2%)’을 부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내년에는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바라본 창업자는 79.9%나 됐다. 지난해 57.8% 대비 대폭 늘어난(+22.1%p) 수치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백신 접종 및 단계적 일상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호 VC 1위는 올해도 알토벤처스...액설러레이터는 프라이머
가장 적극적인 정부기관과 기업,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는 벤처 1세대 출신들이 강세였다.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묻는 설문에서는 네이버(31.7%)가 6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카카오(15.9%)는 2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21.1%)보다 응답률이 소폭 줄었다(-5.1%p).
가장 선호하는 VC를 묻는 질문에는 알토스벤처스(20.7%)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카카오벤처스(18.9%), 소프트뱅크벤처스(14.6%)가 뒤를 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액셀러레이터로는 프라이머(18.9%)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퓨처플레이(10.4%)와 매쉬업엔젤스(10.4%)가 공동 2위에 안착하며 창업가 출신 액셀러레이터들이 약진했다. 벤처 1세대가 후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역할 평가는 69점으로 전년(66.5점)보다 소폭 올랐다. 가장 적극적인 정부기관은 창업진흥원(32.3%)과 서울산업진흥원(14.0%)이 순위권에 들어왔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네거티브 규제 등 적정한 산업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원격의료와 노동법 및 근로기준법에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장 1위 스타트업의 인지도는 더욱 커졌다. 창업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당근마켓을 1순위로 꼽았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그 뒤를 이었다. 당근마켓과 토스는 창업자, 스타트업 재직자, 대기업 재직자, 취업준비생 네 그룹에서 상위권으로 언급됐다. 이미 스타트업 반열에서 벗어난 카카오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도 꾸준히 거론됐다.
■창업자 10명 중 7명 “작년에 비해 인력난 심해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인력난’에 대해 물었다. 창업자 65.2%는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70.1%가 전년 대비 인력난이 심각해졌다고 응답했다. 스타트업 재직자는 54.4%가 인력난을 체감하고 있고, 46.8%가 작년보다 인력난이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특히 창업자는 연구 및 발, 정보기술/전산/IT, 마케팅/홍보에서 채용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자들은 중요한 채용 영향 요인으로 금전적 보상 (40.9%), 창업자 및 기업 인지도 (26.2%)를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내 채용에서 활용하는 채용요인은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창업자 철학 (72.6%)과 수평적 조직문화 (61.6%)가 가장 많았다.
스타트업 재직자는 스타트업으로 이직 시 금전적 보상(44.8%),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창업자 철학(19.2%), 복지(17.2%) 순으로 중요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기업 재직자는 스타트업으로 이직 시 금전적 보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8.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창업자 철학(13.6%), 복지(11.2%) 순으로 중요도를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최근 5년 내 회사를 이직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스타트업 재직자는 65.6%가 금전적 보상을 고려하였고, 52.1%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 재직자는 86.3%가 이직할 때 금전적 보상을 가장 많이 생각했고, 이어 복지(67.4%)를 신경썼다. 즉, 실제 이직을 고려할 때 금전적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스타트업 재직자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대기업 재직자는 복지를 각각 중요시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인력난과 투자 쏠림 현상 등 해결 과제가 남아있지만 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스타트업 생태계가 올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특히 정부, 대기업, 투자자, 스타트업 간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고 토스, 당근마켓 등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늘어나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1 전문'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