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수퍼패미컴으로 테일즈오브판타지아가 출시된 후 이 게임이 거둔 성공은 일본 게임 시장의 RPG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자양분이 됐다.
다만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행보가 항상 꽃길만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RPG임에도 액션 게임 못지 않은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강조한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강점은 특출난 것이었지만 그 이후 다른 이런 강점을 차용한 RPG 출시가 이어지며 조금씩 그 위상이 낮아진 이유다.
특히 2010년 중반까지 일본 콘솔 게임사의 부족한 개발력이 문제가 되며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평가는 크게 낮아졌다. 과거에 사로잡힌 것처럼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동시대 게임에 비해 뒤떨어진 그래픽 등이 이유였다. 이용자 호불호를 떠나 이 시기의 테일즈오브 시리즈는 대작이라기 보다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는 게임 수준으로 입지가 내려왔다.
PC와 플레이스테이션4, 5, 엑스박스 원, 시리즈 엑스로 출시된 테일즈오브어라이즈는 이런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완벽한 부활을 알린 게임이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테일즈오브베르세리아 이후 5년만에 출시된 테일즈오브어라이즈는 기존의 문제는 모두 개선하고 시리즈의 장점은 대폭 강화해 RPG 팬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 됐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그래픽과 3D 그래픽으로 게임이 개발된 이후 늘 발목을 잡았던 최적화 문제에서 벗어났다. 회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액션성을 강조한 전투와 강화된 물리엔진, 강렬한 연출이 더해진 것은 덤이다.
특히 액션 RPG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음에도 캐릭터 동작에 제약이 많았던 기존작과 달리 테일즈오브어라이즈에서는 속도감 있는 전투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 특징이다. 맵에서의 이동 속도도 기존보다 빠르며 기존보다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중반이 지나면서 전투가 답답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난이도 조절을 위해 공격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이어가는 슈퍼아머 판정을 부여한 적을 대거 등장시키는 액션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내 공격에 꿈쩍도 않는 적이 손짓 한 번으로 콤보를 끊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호쾌함이 크게 줄어들며 결국 한번에 큰 대미지를 주는 스킬 몇 개로 게임을 운영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게임 진행이 단조로워진다는 이야기다. RPG임에도 액션성을 강조한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정체성을 감안한다면 슈퍼아머 속성을 부여한 몬스터의 활용을 가급적 줄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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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넘치게 진행된다. 다만 일본 개발사가 만든 RPG를 주로 즐겼던 이들이라면 클리셰가 너무 많이 적용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게 말해서는 기본에 철저한 스토리, 나쁘게 말하면 구태의연한 진행을 가져간다는 점이 아쉽다. 각 캐릭터에 부여된 설정과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런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점으로 가리기에는 테일즈오브어라이즈는 확실히 빛나는 장점을 지닌 게임이다. 테일즈오브 시리즈의 팬은 물론 JRPG로 불리는 일본식 RPG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