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폭증하는 데이터와 변화하는 인터넷 활용 환경에 대비한 새로운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은 인터넷이 단순한 연결에 그치지 않고 최적의 정보 처리를 하면서도 보안, 검색 편의성을 높인 ‘데이터 중심’ 네트워킹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1975년에 개발된 현재 인터넷 구조는 IP 주소를 기반으로 한 호스트 간 연결로 데이터 전달만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이로 인해 모바일 환경의 이동 지원, 콘텐츠 출처의 정확성, 데이터가 원본과 일치하는지 담보하는 무결성 부문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 및 증강현실(VR,AR), 메타버스 등 대용량 콘텐츠 소비와 교통 시스템, 원격 제어 등 오류나 고장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서비스와 기반 데이터가 중요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ETRI가 개발한 새 인터넷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에 이름을 부여하고 보안(Signature)을 내재한 것으로, 네트워킹과 컴퓨팅을 융합했다. 새로운 인터넷 기술이 적용되면, CCTV, 블랙박스, 사물인터넷(IoT) 단말 등에서 얻는 실시간 데이터에 각각 이름이 부여된다. 덕분에 응용 단계에서 사용하는 이름 그대로 쉽게 데이터를 검색하고 안전하게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방서에서는 도시 곳곳에 설치한 센서에서 센서 위치, 센서 이름, 발생시간 등으로 구성된 데이터 이름을 받아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얻는 알림서비스를 쉽게 개발해 화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존에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플랫폼에서 센서 데이터를 모아 분석을 해야 했다.
ETRI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 이름에서 화재 위치, 시간 등 관련 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될 수 있어 추가 분석처리가 필요하지 않다. 데이터에 보안을 내재하면서 데이터 전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조작 여부나 오류를 감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오동작도 미연에 방지하고 권한이 없는 사용자의 해킹을 방지할 수 있다고 ETRI는 설명했다.
ETRI 연구진은 데이터 전달과 컴퓨팅을 융합하면서 네트워크 구조도 간결하게 만들었다. 처리가 시급한 화재 분석은 센서와 소방서 사이에 가까운 컴퓨팅 자원을 할당하고, AI 학습을 위한 처리는 원격에 있는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할당하는 등 요구사항에 따라 서비스를 최적으로 처리,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술을 국가연구개발망(KOREN)에 적용해 안정적으로 동작함을 보이고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라우터 성능 검증 척도인 포워딩(Forwarding) 성능이 범용 서버에서 300Gbps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중심 네트워크 SW 기술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ETRI는 새 기술의 서비스 실증도 추진중이다. 현재 부산광역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부산 시내 실시간 환경 감시를 위한 데이터 분배 인프라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ETRI 자율주행셔틀 오토비(AutoVe)의 V2X 인프라에도 적용돼 자율주행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선미 ETRI 네트워크연구본부장은 “미래 디지털 인프라 필수 기술을 확보하고 실용화 가능성을 검증하여 새로운 인터넷 시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미래지향적 환경에 적용,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초연결 지능 인프라 원천 기술 연구'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