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SW 비중 높아 디지털 주권 위협"

SW정책연구소, 보고서 발표...중국과 달리 자국산SW 비중 감소

컴퓨팅입력 :2021/09/22 09:35    수정: 2021/09/22 09:50

높은 외국산 소프트웨어(SW) 의존으로 국내 디지털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미국산SW 점유율이 60%에 육박했다. 특히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은 약 82%에 달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국내 SW정책 싱크탱크인 SW정책연구소(SPRi, 스프리, 소장 박현제)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디지털 주권과 소프트웨어)에서 "높은 외국산 SW 의존도는 데이터 보안, 범용성에 따른 락인(lock in) 효과, 비용 문제 등을 발생시켜 디지털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국내 SW산업은 외산 선호 현상이 팽배해 있어 향후 디지털 전환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디지털 주권 문제)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고서는 "외산SW 의존성을 해소하고 자생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자생력있는 SW산업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新SW시장 육성과 레퍼런스 기회 제공 등의 환경을 조성해 SW시장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전환 바람이 세계적으로 거세면서 유럽 등에서는 디지털 주권 논의도 활발하다. 최근 유럽은 EU 디지털 전략의 핵심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020년 9월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가이아X(GAIA-X)'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가이아X'는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에 대한 의존을 해소하고 유럽내 자체 클라우드 컴퓨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올 3월 EU는 디지털 기술 향상을 목표로 오는 2030년까지 추진하는 디지털 정책과 비전, 목표, 방안을 담은 '디지털 컴파스(Digital Compass)'를 발표했다. 미국과 디지털경제 패권을 벌이고 있는 중국 역시 2015년 '일대일로'를 발표한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자 2017년 일대일로에 디지털 요소를 포함시키며 '디지털 실크로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스프리는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에 대해 '정부가 자국내 컴퓨팅 환경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한 개념'이라면서 "시장 내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코드, 클라우드 접근권에 관련한 내용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주권에서 SW와 SW기반 서비스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차지하는 SW와 서비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분석국(BEA, Bureau of Economic Analysis)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에서 SW와 SW기반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달했다. 이중 순수 SW는 13.4%, 클라우드 서비스는 3.7%, 하드웨어는 10.1%를 보였다.

스프리는 보고서에서 IDC 자료를 인용, 2019년 기준 세계 SW시장의 약 47%를 미국이 지배하고 있으며, 특히 성장률이 높은 패키지SW로 한정하면 이 비중이 53%로 더 높다고 밝혔다. 1위 미국(6252억달러)에 이어 일본(852억달러), 영국(807억달러), 독일(701억달러), 중국(485억달러) 순으로 시장 규모가 컸다. 한국은 126억달러(상용SW 49억달러, IT서비스 78억달러)로 미국의 2% 정도였다.

주요국의 자국산 SW 점유율도 미국이 7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에 이어 중국, 독일, 일본, 영국, 한국, 인도 순이였다. 한국은 23.6%로 중국, 독일, 일본보다 낮았다. 특히 중국은 국산SW 점유율이 2015년 30.7%에서 2019년 46%로 상승, 시선을 받았다. 반면 한국은 국산SW 점유율이 2015년 25.7%에서 2019년 23.6%로 하락했다.

국가별 미국SW 점유율도 대부분 50% 이상이였다. 중국은 자국산 SW 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미국SW 점유율은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SW 점유율이 2015년 56.3%에서 2019년 59.9%로 소폭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상위 5대 외산 SW 벤더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24%)가 1위, 오라클(13%)이 2위, IBM(7%)이 3위, SAP(5%)가 4위, 다쏘시스템(3%)이 5위였다. 우리나라의 상위 5대 국산 SW벤더는 티맥스소프트(9.3%)가 1위, 한컴(8%)이 2위, 안랩(5.7%)이 3위, 더존비존(5.6%)이 4위, 파수(1.9%)가 5위였다.

보고서는 이런 수치를 제시하며 "글로벌 SW시장내 미국산 SW 비중이 유지 및 고착화하고 있으며, 특히 소수의 특정 기업에 집중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SW시장내 특정 국가 및 기업의집중은 디지털 주권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SW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고 국내 시장도 외산SW가 압도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