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테슬라는 왜 반도체 칩 직접 개발할까

美 CNBC 분석…"경쟁력 극대화하고 공급불안 해소 노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9/07 11:19    수정: 2021/09/07 16:24

애플, 구글, 테슬라 등 많은 IT 기업들이 연이어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주에는 구글이 자체 개발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크롬 운영체제(OS) 기반의 노트북과 태블릿PC를 2023년 출시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왜 많은 기업들이 이미 개발돼 있는 표준 반도체 칩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칩을 직접 만들려 하는 것일까?

미국 경제매체 CNBC는 6일(현지시간) IT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맞춤형 칩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반도체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부분도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애플·테슬라·바이두·구글 등 자체 칩 개발 나서

반도체 자체 개발의 선두 주자는 애플이다. 그 동안 인텔 x86 아키텍처를 활용했던 애플은 지난 해 11월 자체 M1 칩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실리콘 칩을 탑재한 맥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상의 AI 학습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독자 설계한 자율주행 신경망 처리 슈퍼컴퓨터 '도조(Dojo)’를 개발 중이며 이를 위해  'D1'으로 부르는 칩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M1 칩.

바이두도 2018년 독자 개발 AI 반도체 칩인 ‘쿤룬’을 공개했다. 또 지난 달에는 클라우드 기반 산업용 AI 인프라 '바이두 브레인'에 적용될 AI칩 '쿤룬'의 2세대 모델의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반도체인 '텐서'(Tensor)를 오는 10월 출시될 픽셀6 등 스마트폰에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3년경부터 크롬 운영체제가 실행되는 크롬북, 태블릿에 자체 개발 CPU를 탑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독자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 '텐서'를 공개했다. (사진=구글)

차별화·저렴한 비용 때문…코로나19 사태도 한 몫

그렇다면 IT업체들은 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려는 걸까? 이에 대해 CNBC는 "맞춤형 칩 개발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특정 요구사항을 잘 수행을 맞춤형 칩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춤형 설계 칩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씨넷

코로나19 사태도 IT 기업들의 반도체 칩 개발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글렌 오도넬 연구원은 C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공급망에 큰 타격을 입혔고, 이는 자체 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칩 디자인은 직접, 생산은 외부업체에 맡겨

많은 업체들이 반도체 칩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 중 아무도 생산까지 직접 하지는 않는다. 높은 생산 비용 때문이다. 

대만 TSMC와 같은 고급 반도체 칩 공장이나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는 데는 많은 시간과 약 100억 달러(약 11조 5800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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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위탁생산업체인 TSMC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반도체 기술자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오도넬 연구원은 CNBC와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는 지난 수십 년 간 소프트웨어를 너무 강조했기 때문에, 하드웨어 개발이 다소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