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어떻게 '유니콘' 됐을까

중고 직거래 넘어 '동네생활' '내 근처' 서비스로 지역 커뮤니티 구축

인터넷입력 :2021/08/31 16:02    수정: 2021/08/31 20:29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최근 시리즈D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 조달한 자금만 1천800억원. 설립한 지 햇수로 7년 만의 성과다. 

이로써 당근마켓은 국내 16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을 접목해 지역 커뮤니티를 구축한 점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 주요인으로 꼽힌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2016년 시리즈A(13억원)를 시작으로 2018·2019년 각각 57억원, 4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달 초 마련한 재원(1천800억원)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2천300억원 가량이다.

시리즈D 투자 당시 투자은행(IB)에선 당근마켓 기업가치를 3조~4조원으로 책정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소비자 만족도가 나날이 늘고 있단 점에서 향후 당근마켓의 ‘밸류업’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이퍼로컬' 전략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경기 판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고거래 서비스 ‘판교장터’로 출발했다. 같은 해 용인·수지 등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2018년 1월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명 당근은 채소가 아닌 ‘당신의 근처’를 줄인 말이다. 표면적인 중고거래에서 벗어나, 회사 이름대로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하이퍼로컬' 산업에 방점을 찍으며 외형을 확대하겠단 전략이었다.

거주지 반경 6㎞ 이내 사람들과만 거래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다만, GPS를 토대로 전화번호만 기재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끔 이용 장벽은 낮췄다.

'동네생활' '내 근처' 통해 지역 커뮤니티 구축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이상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그간 선보였다.

먼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와 소식을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는 ‘동네생활’ 서비스를 제공했다. 과거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냈듯, 당근마켓은 동네생활로 이웃 간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동네생활에선 ▲동네맛집 ▲동네소식 ▲동네사건사고 ▲동네분실센터 등 주제별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가령 애완견을 분실했을 때 전단지를 이용해 대처했던 방식이 당근마켓으로 온라인화 된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창구인 ‘내 근처’도 있다. 인테리어, 카페, 미용실, 용달 등 동네 가게 정보를 모아 이용자들이 빠르게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동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비즈프로필’ 서비스를 별도 비용 없이 운영할 수 있다. 비즈프로필은 가게를 알리고, 지역 주민과 단골을 맺는 온라인 공간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이바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매너온도’ 제도를 곁들였다. 프로필에서 거래 후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거래 후 평가를 통해 기본 36.5도에서 온도(점수)를 높일 수 있다. 동네 인증 횟수를 표시해 실제 동네 이웃인지 판별할 수도 있다.

"당근마켓, 더 주목받게 될 것"

이처럼 지역을 공통분모로 한 ‘네트워크망’ 형성은 당근마켓 급성장을 견인했다. 2018년 50만명이었던 월간이용자수(MAU)는 지난해 480만명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170% 늘어난 수치다.

올해 MAU는 1천500만명 이상. 주간 이용자 수 역시 1천만명을 웃돈다. 가입자 수는 2천100만명을 넘어섰다. 작년 매출액은 약 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 2018년(8억원)과 비교했을 때 1천375% 늘어났다.

전문가들 역시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조성한 당근마켓 행보에 합격점을 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의 성장세는 특히, 코로나19 확산 후 이동을 꺼려하는 소비자 심리가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울러 “중고거래의 경우 소비자 피해 사례가 많았다”며 “당근마켓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까닭에 거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주목받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점쳤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은 기존 택배에서 위치 기술을 활용한 지역 직거래로 비즈니스모델(BM) 방향에 미세한 변화를 줬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곧 강점으로 작용해 성장곡선을 그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네트워크 이론에선 이를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라고 부른다. 일정 규모가 되면 효익이 나타나고, 자발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한다는 의미”라며 “당근마켓에서 일종의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지역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로 입지를 견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자체 결제서비스 ‘당근페이’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농수산물·신선식품 등 지역 상권과 주민을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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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세탁 ▲반려동물 ▲부동산 ▲중고차 ▲일자리 등 서비스에 힘을 주고, 여기에 GS리테일과 협업해 지역 편의점·슈퍼마켓 할인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중고 직거래를 넘어, ‘하이퍼로컬’ 산업 특성을 반영해 지역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기술 투자를 병행해 지역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한 개발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