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생태계 도약 계기였던 제1벤처붐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범정부 조치와 정보화 및 IT혁명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힘입어 형성됐다. 코스닥 설립(’96)과 벤처특별법 제정(‘97), 초고속인터넷 개통, 벤처투자·스톡옵션 세제혜택 신설(’98) 등이 이뤄졌다. 벤처기업 1만개와 벤처투자 2조원도 달성했다. 코스닥 지수는 2800포인트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벤처붐이 잦아들면서 장기침체가 지속됐다. 문재인 정부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중소벤처기업청이 부로 승격됐고, 그동안 '혁신 창업국가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아 20여차례의 벤처 및 스타트업 대책이 나왔다. 이에 코로나19에도 벤처투자와 창업이 증가하는 등 제2의 벤처붐이 도래, 벤처·스타트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안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제2 벤처 붐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에도 창업 및 벤처 지표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설법인이 지난해 12.3만개에 달했고 벤처투자와 벤처펀드가 각각 4.3조원과 6.6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였다. 시장가치 1조원을 말하는 유니콘기업 수도 2017년 3개에서 계속 늘어났다. 올 7월 현재 15개에 달한다. 대 가장 많다. 올 6월말 현재 벤처 총고용은 1년전 대비 6.7만명이나 늘었다. 기술특례상장도 2013~2016년 28개에서 2017~2020년 77개로 2.8배 증가했다. 지난해는 25개로 역대 최고였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많은 선배 벤처인들의 도전과 노력이 있었던 제1벤처붐의 토양에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제2벤처붐을 만들어내면서, 오늘날 창업·벤처기업은 대한민국의 고용버팀목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외신들도 국내 창업 및 벤처생태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6월 일본 닛케이는 "한국은 일본보다 많은 유니콘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지향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제2벤처붐’이 도래하면서 창업 및 벤처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앞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4대 벤처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인재와 자본이 벤처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보다 탄단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민간에서 계속 나왔다. 이에 중기부는 3대 전략과 12대 핵심과제로 이뤄진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벤처보완대책'을 마련, 25일 발표했다. 이번 안은 벤처기업-벤처투자-회수(EXIT)의 3대 분야에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인재유치 및 글로벌진출 지원 ▲민간 유동자금의 벤처투자 유도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M&A 활성화 등 크게 3대 추진 전략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들 3대 추진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미국, 영국, 독일에 이은 글로벌 4대 벤처강국으로 확고히 자리잡겠다는 복안이다. 업계는 "그동안 우리가 제기해 온 많은 것들이 반영됐다"고 반기면서 "차질없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78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엑설러레이터 씨엔티테크(CNT테크)의 전화성 대표는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촉진하는 공격적 정책으로 보인다"면서 "창업기획자를 위한 초기펀드 1조원 조성과 인센티브 상향 등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 벤처펀드 결성 최소요건을 10억으로 하향조정하는 것은 기성기업과 창업기획자간의 전략적 초기기업 벤처투자펀드 결성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스톡옵션 제도개편: 벤처기업이 폭넓게 스톡옵션을 발행 및 활용할 수 있게 부여대상 등 발행요건 완화를 검토한다. 이는 내년까지 벤처특별법을 개정, 추진한다. 다만,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임직원 대상으로 부여하는 세제혜택 스톡옵션과는 명시적으로 유형을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또 우수 인재들이 벤처기업에 유입되도록 비과세 한도를 현재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하고 행사 이익에 대한 과세특례 대상도 연내 조특법을 개정, 확대한다.
▲벤처기업 성장기반 조성: 오는 2027년까지인 벤처특별법 일몰기한을 폐지하고 지원제도를 재정비, 공고한 제도적 기반을 내년까지 마련한다. 또 기술력 있는 유망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스케일업 촉진을 위해 기술보증 최고한도를 200억원까지 상향한다. 기술보증기금 규정을 올해 개정, 추진한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벤처기업의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한국형 M4E인 ‘광고·마케팅 벤처펀드’ 시범조성을 방통위와 협의, 검토한다. 'M4E(Media for Equity)'는 기업이 매체사에 지분을 제공하고, 매체사는 기업에 광고 등을 제공하는 상생협력 모델로, 스웨덴이 처음 도입 후 독일·프랑스 등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화 촉진: 벤처기업의 해외투자 유치와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벤처펀드 와 해외 VC네트워킹을 확대한다. 또 올해 글로벌펀드를 1조원 추가로 조성하고 한국인 창업 해외기업 등에도 투자하고,
글로벌 벤처투자 IR을 신설해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벤처 및 스타트업의 해외기술협력과 합작법인 설립 등을 위해 현지실증 및 K-스타트업센터 액셀러레이팅 등을 지원한다. 특히 제조·서비스에 국한된 해외진출 기술보증 대상을 전산업으로 확대하고 은행 등 협업을 통해 대상기업을 적극 발굴한다.
▲ESG 선도 벤처기업 육성: 탄소가치평가를 통해 기후 기술기업 등에 대한 기후대응보증 신설도 검토한다. 탄소가치평가는 기후환경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화폐단위로 평가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으로 2019년 개발됐다. 또 ESG 선도 벤처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모태펀드에 ESG 심사체계 시범도입 및 전용펀드 조성을 검토한다. 소셜벤처 지역거점 프로그램 확대를 검토하고 사회적가치를 화폐단위로 환산하는 측정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 민관 협력을 통한 벤처투자 시장 확대
▲민간 출자자 유입: 모태子펀드 민간 출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의 벤처투자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이를 위해 '우선손실충당’ 인센티브를 모태子펀드 전체 분야로 확대하고 △모태펀드 수령 초과수익의 최대 30%까지를 이전하며, 모태펀드 출자지분 매입 콜옵션을 부여한다. 또 신성장동력 분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펀드에 산업재산권 등 현물출자를 허용한다. 벤처펀드가 타 벤처펀드에 출자시 1인으로 계산하는 등 펀드 출자자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대·중견기업의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출자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가점 기준도 개선한다.
▲투자기관 전문성·책임성 향상: 해외자본 유입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실리콘밸리식 벤처펀드 지배구조 를 벤처투자법을 개정해 내년까지 도입한다. 또 전문성에 기반한 투자심사가 이뤄지도록 대학원 전문과정 개설 등을 통해 우수인력의 투자심사역 유입을 촉진한다. 건전한 투자문화가 조성되도록 유관협회에 자율규제 기능을 부여하고 현장검사 대상 확대를 추진한다.
▲창업초기 벤처투자 확대: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기술지주회사 펀드 등 창업초기펀드 1조원을 내년부터 2024년까지 조성한다. 모태子펀드가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또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창업기획자 규제완화 및 지원도 나선다. 즉, 벤처펀드에 대한 자산관리 및 운용용역 부가가치세 면제와 벤처펀드 결성 최소요건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한다. 특히 신산업 분야 규제 리스크 및 갈등 예방을 위해 정책담당부처와 벤처‧스타트업간 소통하는 G-스타 플랫폼도 올해 구축한다.
■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위한 회수(Exit)시장 활성화
▲M&A 유동성 공급·제도개선: 기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기술혁신 M&A보증을 신설하고 M&A 펀드 확대 등 유동성을 공급한다. 또 벤처기업 전략적 제휴와 기술혁신형M&A에 대한 과세특례 일몰을 각각 2023년말과 2024년 말로 연장하고 요건도 완화한다. 예컨대, 전략적 제휴 과세특례 대상을 현재 벤처기업 등에서 창업후 3년내 우수 기술기업으로 확대한다. 또 벤처기업 M&A시 신고의무 면제범위도 확대한다. 현재는 창투사와 벤투조합이 벤처기업 M&A를 진행하면 임원겸임시 신고가 필요했는데 이를 개선해 창투사·벤투조합이 1/3 미만의 임원 겸임(대표이사 제외)시 신고의무를 면제한다. 민간 중심으로 M&A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센터간 정보공유와 공동 설명회 개최 등 정보교류 및 협업을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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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회수·재투자 지원: LP지분유동화펀드와 벤처재도약세컨더리펀드 등 중간회수펀드도 새로 조성하는 것을 내년 상반기 이후 추진한다. 또 벤처기업 주식 매각대금으로 재투자한 주식 처분시 양도세 과세이연 특례를 2023년말까지 적용기한을 연장한다.
▲IPO 활성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존속합병 외에도 소멸합병 절차를 개선하고, 소멸합병에 과세특례를 부여해 SPAC 활성화를 유도한다. SPAC은 M&A만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명목상 회사로,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기업합병에 따른 주가상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또 거래소 전담직원 배치 등 유니콘 기업에 대한 사전컨설팅을 강화하고, 패스트트랙 방식 신속심사(예: 45→30일)를 시행한다. 벤처기업 등 미래성장형 기업의 기업공개시 원활하게 투자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코너스톤 인베스터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기관투자자가 IPO 이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 일부를 장기투자하기로 확정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식을 배정받는 투자계약 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