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 한 달 앞..."법 개정 없으면 거래소 줄폐업 불가피"

김형중 고려대 교수 "투자자 보호 미흡해 완충 기간 필요"

컴퓨팅입력 :2021/08/19 15:41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 시행까지 한 달 여인 37일을 앞둔 가운데,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사업자 신고를 위해서는 실명확인 계좌 발급 확인서가 필요하지만 이를 받은 거래소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무더기 폐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 투자자가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시행 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형중 특임교수는 19일 온라인 개최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정상화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방안 포럼'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형중 교수는 금융위원회 컨설팅을 받은 25개 거래소가 실명확인계좌 평가 기준에 따라 은행의 공정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미흡했으며, 준비 및 심사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6개월을 적정 유예 기간으로 제시했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 발표 장면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법 시행 전날인 내달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주요 거래소 중 업비트는 6월, 빗썸·코빗·코인원은 7월 실명확인계좌 발급계약이 종료돼 특금법 시행 이후 정상 영업을 위해서는 계약 연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실명확인계좌 발급계약 연장 결정을 신고 시한인 내달 24일까지 미루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특금법 시행 6개월 유예 및 원포인트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최악의 경우 실명확인 계좌 발급 확인서가 없어서 신고 수리되는 거래소가 부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더기로 신고 수리가 거부되면 막대한 비용과 전문 인력을 투입했던 거래소의 1차 피해가 예상되고, 해당 거래소의 코인들이 자동으로 상장 폐지되면 그 코인 투자자 대다수가 2차 피해를 보게 되는데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윤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들어 설명했다.

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윤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들어 설명했다.

조명희 의원 발의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수리 거부 사유인 실명확인계좌 확보 요건 삭제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유예기간 6개월 연장 ▲신고를 수리받은 후 금융거래에서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좌 확보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창현 의원 발의안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에서 요건이 검증되면 실명확인 계좌 개설을 보장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통한 거래’를 조건으로 실명확인계좌 개설 허용 ▲개정사항 적용 기간을 고려하여 기존 거래소의 신고 유예기간 6개월 연장 등을 명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개정안 반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특금법 개정의 취지는 실명확인계좌의 보유 여부보다 실제 실명이 확인된 계좌를 통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느냐는 것"이라며 "실명확인계좌 개설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특금법의 취지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특금법이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의 존폐 여부 판단을 은행에 불법적으로 떠맡겼다는 비판도 내놨다. 김 교수는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하게 해서 정부가 신고 수리 요건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법 민간 위탁"이라며 "이는 민간 위탁의 기준에 맞지 않으며, 사무를 민간 위탁하면 필요한 사무처리지침을 통보하고, 그 처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은행도 이런 역할이 달갑지 않은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은행의 자의적 판단이 언젠가 법의 심판대에 세워질 날이 올 수 있고, 그래서 은행들은 실명확인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 면책을 보장하라고 금융 당국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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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확인계좌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한국 국민은 실명확인계좌가 아니더라도 실명이 확인된 계좌를 사용하므로 자금세탁의 난이도가 비슷하다"고 첨언했다.

그 외 실명확인계좌 발급 가능한 은행에 우체국을 포함하고,  금융위원회가 컨설팅을 실시해 자금세탁방지 역량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 25개 거래소에 대한 역량 제고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제안사항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