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분기 일제히 수익 성장을 기록하면서 합산 영업이익 1조1천4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2분기 이후 올해 들어 14분기 만에 영업이익 합계 1조원을 기록한데 이어 영업이익 규모를 더욱 늘린 점이 이목을 끈다.
비용 안정화와 주력 사업인 무선통신 분야에서 5G 가입자 확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지만, 통신업계의 최근 호실적은 통신 서비스 외에 신규 사업 실적 개선 효과가 유효했다는 평가다.
과거 내수산업 특성에 따라 성장한계를 맞이했다는 우려 속에 꺼내든 탈통신 기조가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서 꽃을 피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서비스 외에 ICT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통신사의 신규 사업 무대가 넓어진 점도 수익 성장에 힘을 보탰다.
■ 5G 앞장선 무선 사업이 수익성 개선
신규 사업의 선전에도 이통 3사 실적에서 무선 사업을 빼놓을 수는 없다. 매출 감소세를 증가세로 전환시키고, 영업이익도 증가세로 돌린 것은 수년 간 무선 사업 실적 개선 효과가 가장 컸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요금감면 가입자 확대 등으로 한동안 이통 3사의 전체 수익성은 역성장을 막지 못했다. 단순 서비스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자의 체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같은 분위기를 바꾼 것은 5G 통신의 상용화 영향이 가장 컸다. 과거 LTE 도입 시기보다 새로운 통신 기술의 진입 속도가 빠르게 진행됐고 휴대폰 제조사도 5G 단말기를 집중적으로 내놓으면서 5G 전환 가입이 빠르게 이뤄졌다.
2분기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은 1년 동안 435만명, KT는 277만명, LG유플러스는 194만명의 5G 통신 가입자를 늘렸다. 900만명 이상의 5G 가입자를 확보한 이통사는 가입자 당 평균매출(ARPU) 상승 효과 덕에 무선 매출의 극적인 상승을 이끌어냈다.
5G 가입자 전환이 이뤄지는 동안에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나타나지 않은 점도 실적 개선 효과에 큰 힘이 됐다. 과거 LTE 도입 시기에 마케팅 비용이 치솟던 것과 달리 다소 경쟁 강도가 안정된 가입자 유치 시장이 이어졌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가입자 당 5G 요금 매출이 LTE보다 오른 것과 비교해 가입자 당 획득비용이 낮아진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며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는 피처폰 중심에서 당시 상대적으로 비쌌던 스마트폰 보급 확산 시기였던 점 때문에 보조금 경쟁이 주를 이뤘던 것”이라고 말했다.
■ 비대면 문화 확산에 기업 솔루션 시장 확대
5G가 통신업계의 실적 개선에 불을 당긴 것은 맞지만, 올해 들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수익성을 두고 유무선 통신 외 사업의 호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무선 가입자가 인구 수를 넘어섰기 때문에 폭발적인 수익 성장은 어려운 반면 그동안 실적에 잡히지 않던 사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기여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ICT 업계에서 주목하는 분야는 통신 3사의 IDC 사업이다. IDC는 대표적인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부각되는 분야다. 이전에도 IDC의 수요는 클라우드 확산으로 꾸준히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IDC 사업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KT는 관련 사업분야인 AI/DX 부문의 매출이 연간 6.2% 늘어난 1천372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IDC 사업만 별도로 집계했는데, 66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연간 5.7%의 성장률을 보였다.
통신사 별로 IDC 수익을 계산하는 법은 다르다. 단순히 물리적인 하드웨어 공간을 제공하는 점도 있지만 기업용 솔루션이나 공공 클라우드와 같은 패키지 상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IDC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수익 규모가 실제 더 크다.
IDC와 더불어 기업 전용회선 시장도 부쩍 커졌다. 특히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 기업회선의 수요가 늘고 트래픽도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커졌다.
■ 덩치 커진 신규 사업...주력 사업 수준 성장
미디어 사업도 통신사 전체 실적 증가에 크게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신료 매출 증가도 있지만 비대면 문화 확산에 댁내 시청량 증가 효과도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인수합병 효과로 실적 규모가 부쩍 늘어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이를테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효과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대적인 규모가 커졌다. LG유플러스도 LG헬로비전 지분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너지 효과에 집중하고 있고, KT그룹도 현대HCN 인수를 앞두고 미디어 사업 실적을 크게 늘릴 기회를 갖게 됐다. 가입자 규모 증가에 따라 송출수수료 등 이면 시장의 수익성도 늘어나는 추세다.
SK텔레콤의 경우에는 보안 사업의 실적 기여도가 눈에 띈다. ADT캡스를 인수한 이후 SK인포섹과 합병을 통해 융합보안 사업을 통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 연결기준 재무실적에서 유무선 통신 서비스 사업에 이어 S&C(융합보안) 사업 분야는 이미 3위 사업부에 자리를 잡았다. 매출 성장률은 연간 14.5%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주력 사업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콘텐츠 자회사의 성장성이 높은 편이다. 데이터홈쇼핑,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주를 이뤘지만 OTT 별도 법인과 스토리위즈, 스튜디오지니에 이어 현대미디어가 더해질 경우 KT가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해온 B2B 사업 규모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 수익성 개선 계속될까
관심은 통신업계 실적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다. 당장 3분기까지는 이같은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전망이다. 마케팅이나 설비투자 등의 비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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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한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4분기에는 연간 설비투자 비용 집행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직전 분기 대비로 4분기 실적은 하향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5G 가입자 증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신규 사업의 성장이 모든 회사 고르게 나타나는 분위기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갑자기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신규 사업 분야가 대체로 오랜 기간 인적 물적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장 창출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대면 문화 확산과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면서 B2B 서비스의 수요도 크게 늘어나 실적 기여도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