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결정으로 재수감 207일만인 오는 13일 출소한다.
일단 삼성전자는 장기 총수공백 리스크에 따른 부담을 일정부분 덜어낸 만큼 반도체, 배터리 등 대규모 전략사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형집행을 면제해 주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9일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종 허가했다. 15일 광복절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가석방 집행은 금요일인 13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 반도체 패권 다툼 심화…삼성전자 글로벌 입지 좁아져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입지가 좁아진 형국이다. 이 부회장이 복역중인 동안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에서 수백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M&A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격차를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2025년 반도체 공정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반도체 시장 선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2025년까지 공정 성능 리더십으로 가는 확실한 길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 로드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인텔이 34조원(300억 달러)을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수가 성사되면 인텔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된다. 앞서 인텔은 지난 3월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주에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신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합하면 올해 파운드리 분야에만 총 500억 달러(약 57조5천억원)를 쏟기로 한 셈이다.
인텔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지난 7월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만나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해 논의했다. 외신은 인텔이 향후 15년 내로 최대 8개 공장 건설을 위한 적합한 장소를 찾고 있다며 공장 투자금은 100억~150억 달러(약 11조4800억~17조220억원)가 될 것이라 보도했다.
TSMC는 지난 4월 초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2천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3조4천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해 추가로 최대 5개의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TSMC는 피닉스에서 첫 공장 부지를 구입할 때 이미 추가 투자를 고려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로 미국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기로 틀을 잡았지만 아직 공장 입지 등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영어의 몸을 벗어난 만큼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이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석방되더라도 경영 활동 제약 많아...사법 리스크도 지속 전망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은 예전보다 제약을 받게 된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으로 임시 석방이라 형이 남아있고 일정한 조건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경가법상 5년간 취업할 수 없으며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해외 출국 또한 별도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현재 1심이 진행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 사건을 비롯해 프로포폴 투약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
프로포폴 관련 재판은 금세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물산 합병 관련 사건은 사건 기록이 워낙 방대하고 피고인만 10명 이상이어서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 3~4년은 걸릴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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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해 "다행스럽다"면서도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며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