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와 콘텐츠 등 정보기술(IT) 분야 업계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7조원 이상 규모의 택배 물류 시장에 손을 뻗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카카오는 개인 택배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진택배와 각각 협업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그동안 쌓아온 플랫폼 이용자를 기반으로, 성장궤도에 오른 택배 업계와 협업해 사업 시너지를 노려보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한진택배와 '카카오택배' 본격 시동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한진과 플랫폼 기반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12일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택시·대리운전 등 서비스를 통해 2천800만명을 웃도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한진택배는 업계 2위 사업자로, 개인 택배 서비스에 특히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카카오T 앱에서 본격적인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T 사용자가 택배 발송을 요청하면, 택배기사가 직접 집까지 찾아와 물건을 수령한다. 이어 한진택배에서 주문을 접수하고, 배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카카오T 앱을 통해 배송현황 확인 및 자동결제도 가능하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20㎏ 이내 가로·세로·높이 합 140㎝ 이하 크기의 운송에 한해 단일 가격 4천원으로, 일반 개인 택배 요금(4천~7천원)보다 저렴하다.
퀵서비스도 키워나갈 계획이다. 지난 15일 카카오모빌리티는 물품 정보와 출발·도착지를 입력하면 기사가 방문해 물품을 배송해주는 ‘카카오T 퀵’ 서비스 지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배, 퀵서비스를 통해 카카오 앱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카카오와 한진은 자율주행 기술을 토대로 택배차량 인프라 및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택배 운송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 부설 주차장 보유 건물 대상으로, 무인 로봇을 활용한 건물 내 배송 구현 방안도 공동 추진한다.
네이버, CJ대한통운과 협업…“판매자·소비자 아우른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6천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CJ대한통운 3대주주(지분율 7.85%)로 올라섰다. 직접적인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 택배 업계 선두 사업자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네이버는 풀필먼트 기업 7곳과 지난 13일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를 출범시켰다. NFA는 온라인 배송·물류 데이터 플랫폼이다.
네이버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포장·배송과 재고 관리는 물론, 제품의 불량품 검수·반품 처리 등 물류 전반에 걸쳐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용자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해, 주문 마감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상품 배송 기간은 단축돼서다. 기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소비자들의 플랫폼 이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경기 군포에 연면적 3만8천400㎡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이달부터 운영 중이다. 내달 용인에도 센터를 연다. 양사는 최적화된 작업 공간을 마련해 택배물류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AI 기술로 쇼핑 주문량을 예측하고, 물류 작업을 신속히 처리하고자 자율 운송 로봇이 센터에 시범 도입된다. 센터를 이용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 제품은 익일배송도 가능하다.
카카오 “사업 강화” vs 네이버 “판 키우기”
한국통합물류협회(KIL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총 물량은 33억7천373만개로 전년 대비 20.93% 증가했다. 매출 역시 18.4% 늘어난 7조4천92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창궐 후 ‘집콕’ 문화가 확산한 영향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올해 택배 시장 규모가 2020년보다 12.1% 커질 것으로 봤다. 또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의 최근 행보는 이처럼 성장 급물살을 탄 택배 업체를 등에 업고, 해당 사업을 확대해 나가려는 방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 경쟁을 펼치는 네이버, 카카오간 대결 양상은 기존 플랫폼 사업과 함께, 두 사업자의 신사업 정책에 따라 판가름 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카카오는 택배 사업을 곁들어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고, 카카오T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진택배의 강점인 개인 택배 서비스 사업에 방점을 찍겠다는 방침이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는 최근 퀵·택배 서비스를 개설하면서 사물의 이동영역까지 커버하기 시작했다”며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그만큼 사업 모델이 더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의 경우 풀필먼트뿐 아니라 택배, 프리미엄 배송 등 물류 분야 사업자와 손을 잡고 사업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이마트와 지난 3월 지분교환에 이어, 최근 ‘중소상공인 사업자 브랜드화’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 하반기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가 입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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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과 상생관계를 토대로 다진 사업 역량을 활용해 오프라인에 강한 이마트와 손을 잡고, 자체 택배물류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힘을 싣겠다는 시나리오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여러 사업 중 특히, 스마트스토어의 성공 여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이마트와 제휴 시너지가 성과를 보인다면, 강한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