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데이터 노다지···IT기업 중 데이터 가장 좋아"

[AI 전문가 인터뷰] 넥슨 김호연 마케팅개발실장·남혜리 솔루션실장

인터뷰입력 :2021/07/13 09:14

"게임 분야는 데이터 노다지입니다. 개발자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구, 경험을 쌓는데 게임이 최고입니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김호연 마케팅개발실장과 남혜리 솔루션실장은 12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넥슨 게임 대부분에 AI가 적용돼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1994년 설립된 넥슨은 게임 불모지 한국에 PC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등을 내놓으며 국내 게임시장을 선도해왔다. 국내 주요 게임사 중 업력(28년)이 가장 길다. 매출이 연결 기준 작년에 3조1306억 원을 달성,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먼저 연 매출 3조 원대를 열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게임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넥슨은 2010년 업계 최초로 데이터 분석 전문 부서를 만들었다. 이후 2016년 3월 알파고 사건이 터지면서 이 부서를 확대, 2017년 인텔리전스랩스라는 별도 데이터 전문 조직을 신설했다. 현재 약 500여 데이터 전문가 및 개발자들이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에는 마케팅개발실과 솔루션실을 비롯해 UX실, 분석실 등 약 10여 개 실이 있다. 개발자 출신인 강대현 부사장이 이 곳을 총괄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의 김호연 마케팅개발 실장과 남혜리 솔루션 실장을 만나 넥슨의 AI와 데이터를 들어봤다.

김호연 넥슨 마케팅개발실장(왼쪽)과 남혜리 솔루션실장이 넥슨의 AI와 데이터 경쟁력을 들려주며 활짝 웃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에 대해 말해달라. 어떤 조직인가?

"게임 사용자(유저)들이 게임을 오랫동안 더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맡은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분석과 솔루션 개발도 그 일환이다. 게임에 적용된 부가기능 고도화는 물론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을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인력은 500여명 정도다. 인턴도 40명 정도 있다. 컴퓨터사이언스(CS) 전공자들이 대부분이다. 연구인력도 있는데 연구인력은 게임업계 특성에 맞는 연구를 한다. 실사 이미지 연구를 게임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 분야는 이런 연구를 한다."

-넥슨의 제일 유명한 게임이 2003년 4월 상용화한 메이플스토리다. 메이플스토리에는 AI가 얼마나 적용됐나? 또 넥슨은 언제부터 게임에 AI를 적용했나?

"메이플스토리에 AI가 얼마나 적용됐는지 정량화해 말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개발 기술에 AI가 들어가 있다. 특히 게임 유저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오래 사용하게 하는데 AI가 없으면 안된다. 넥슨이 1994년 설립이후 수많은 게임을 내놨는데 언제 처음으로 AI를 적용했는 지 명확히 말하기 힘들다. 게임회사의 AI가 우리가 쓰는 AI와 다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몹(MOB)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게임사는 이것도 AI라고 한다. 넓게 보면 게임이 처음 시작할때 부터 AI를 적용했지 않을까 싶다. AI가 게임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어느 순간 팍하고 들어간 게 아니다.명령을 입력하면 그에 따라 캐릭터나 NPC(Non-Player Character)가 동작하는 AI 기술이 과거부터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머신러닝과 딥러닝(빅데이터 알고리즘)이 나오면서 기술이 더 고도화됐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 외에 개인화 메시지, 광고 효율화, 영상 추천을 비롯해 게임 플레이와 연계된 유저 경험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적용하고 있다."

-이루다 이후 AI분야에서 고객 정보 보호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넥슨은 유저들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나

"개인정보보호법과 윤리, 규정, 사회적인 공감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한 후 업무에 반영한다. 예컨대 데이터 수집 단계서는 AI에게 학습시킬 데이터가 편향이 없게 자동으로 알고리즘이 필터링한다. 또 서비스에 적용하기 전 단계에서는 기술 전문가와 법 전문가, 유저 서비스 전문가들이 검증 한 후 서비스를 내놓는다. 특히 개인정보 데이터는 내부 개인정보보호 와 보안정책 관련 부서와 협업해 엄격한 보안 검수를 하고 관리한다."

-데이터 및 AI 분석 플랫폼으로 자체 개발한 '넥슨 애널리틱스(NEXON Analytics)'를 여러 게임에 적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넥슨 애널리틱스'는 어떤 플랫폼인가?

"데이터 분석, 탐지, 개인화 서비스, UX 분석 등 다양한 기능으로 구성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넥슨에서 오랫동안 서비스한 온라인 게임의 노하우를 신규 게임에도 적용 및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같은 넥슨의 대표 온라인게임은 물론 ‘V4’ ‘카운터사이드’ ‘메이플스토리M’ 등 모바일 게임에도 다수 적용됐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서 서비스 중인 게임에도 적용하고 있다."

-'넥슨 애널리틱스'를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분야가 ‘탐지’라던데

"그렇다. 매일 100테라바이트(Terabyte) 가량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 게임 내 이상 현상과 작업장, 불법프로그램 적발을 넥슨 애널리틱스를 사용해 하고 있다. 게임에 입력되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넥슨애널리틱스의 텍스트 탐지는 욕설은 물론, 광고성 채팅도 분류할 수 있다. 실제로 ‘서든어택’에서 1년에 수 만개 욕설 계정을 탐지했고, ‘메이플스토리M’(글로벌)은 영문으로 된 광고성 채팅을 매일 만 개 이상 필터링하고 있다. 텍스트 외에 유저가 직접 업로드할 수 있는 이미지에서 성인물도 분리해낼 수 있다. 이미 일부 게임과 홈페이지에 적용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을 활용해 ‘서든어택’에서는 월핵(벽을 투시하는 종류의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 화면과 정상 유저 화면을 AI에 학습시켜 이를 차단하고 있다."

넥슨의 제일 유명한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배경으로 김호연 실장과 남혜리 실장이 포즈를 취했다.

-매칭도 AI가 잘하는 분야 중 하나다. 넥슨애널리틱스의 매칭 시스템은 어떤가?

"유저 개개인 성향을 반영한 게임 서비스는 넥슨애널리틱스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일반적인 매칭시스템은 매칭 대기 중인 유저들의 실력을 최대한 비슷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넥슨애널리틱스의 매칭시스템은 실력 뿐 아니라 유저 개개인의 성향도 감안해 매칭해 준다. 예를 들어 돌격 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끼리 플레이하는 것보다 후방 지원을 선호하는 유저를 함께 섞어주는 것이 더 완벽한 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면 이를 고려해 팀을 배분할 수 있다. 욕설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라면 욕을 하지 않는 유저와 매칭시켜 준다. 같은 맥락에서 ‘카트라이더’는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이력이 있는 유저와 일반 유저가 만나지 않도록 매칭하고 있다. 나아가 이렇게 모인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만한 맵이나 길드를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향후 공개될 ‘카트라이더:드리프트’에는 현재 ‘카트라이더’에 적용돼 있는 시스템 뿐 아니라 트랙 추천 등의 기능도 적용할 예정이다."

-넥슨 애널리틱스에는 상품 추천 기능도 있다던데...

"모든 유저가 같은 아이템을 원하는 건 아니다.넥슨애널리틱스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품 추천 기능도 제공한다. 평소 구매 성향과 현재 캐릭터 상태 등을 고려해 적합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잘못 구매하거나, 비슷한 상품을 재구매하기 위해 탐색하는 비용을 줄여준다. 2019년 ‘메이플스토리M’에 부분적으로 적용됐다. 지속적으로 추천 범위와 대상 게임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유저 실력에 따라 튜토리얼 경로를 바꿔주거나, 게임 종료 전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필요한 팁을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등 인터넷업체는 AI와 관련한 논문을 해외서 많이 발표하고 있다. 넥슨은 어떤가?

"우리는 AI가 사람처럼 플레이를 하는냐에 더 집중한다. 이론적인 연구보다 유저들의 문제를 해결, 유저들이 더 오랫동안 즐겁게 게임을 하도록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최근 내놓은 바람의 나라 모바일 버전(바람의 나라 연)에는 AI가 얼마나 적용됐나

"여러 요소에 AI가 적용돼 있다. 예컨대 유저의 부정적 경험을 감소시키고 유저 자산과 게임경제 보호를 위한 어뷰징 탐지 솔루션이나 유저 성향에 적합한 길드를 추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잘 나온 게임을 잊혀지지 않게 하는게 우리 실이 하는 일이다. 게임회사의 목표는 결국 유저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거다. 그럴러면 게임 디자인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 경험이 중요하다. 우리는 유저 경험을 분석해 유저가 오래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을 한다. 이게 우리가 게임 성공에 기여하는 거다."

-AI는 곧 데이터다. 넥슨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어떤가?

"게임업계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상당히 좋다. 아마 IT업계에서 최상일 듯 하다. 유저들에 관한 여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저들이 피파를 할때와 RPG를 할때와 메이플을 할때가 다르다.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모두 다 갖고 있다. 이는 굉장한 장점이다. 심지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데이터도 갖고 있다. 게임 분야는 데이터 노다지다. 개발자들이 이걸 잘 모르는 것 같다. 넥슨을 비롯해 게임 업계가 높은 해상도(유저들의 상세 데이터)의 데이터를 상당히 많이 축적해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개발자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AI를 연구하거나 경험을 쌓는데 게임 분야가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데이터 분석도 우리가 국내 톱 티어(수준)라고 생각한다."


김호연 마케팅개발실장과 남혜리 솔루션실장은 누구?

<김호연 인텔리전스랩 마케팅개발실장>

▲인텔리전스랩스 마케팅개발실장(2020~) ▲인텔리전스랩스 솔루션실장(2018~2020)▲인텔리전스랩스 TF실장(2017~2018) ▲데이터분석개발팀장(2016~2017) ▲인프라개발팀 유저보이스 파트장(2014~2016)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개발실 파트장(2011~2014) ▲넥슨코리아 라이브웹개발팀 입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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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리 인텔리전스랩스 솔루션실장>

▲인텔리전스랩스 솔루션실장(2021~) ▲게임이상탐지팀장(2019~2021) ▲넥슨코리아 어뷰징탐지TF 입사(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