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제로금리는 이례적인 것...연내 금리 인상한다"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커져"

금융입력 :2021/06/24 13:28    수정: 2021/06/24 22:18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와 최근 한국은행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지만, 연내로 금리 인상의 메시지를 명확히 던진 것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 외로 빠른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커짐에 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상이 한 두 차례 이뤄진다하더라도 통화정책의 기조가 '긴축적'이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24일 열린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지금의 금리 수준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가 닥쳐 실물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이례적으로 제로 금리에 근접하도록 했던 상황"이라며 "회복세에 맞춰 정상화는 당연한 과정이며 자산시장으로 자금 쏠림이 뚜렷하고 가계부채가 큰 폭 증가하고 있어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하면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p 하향한 0.75%로 결정해 첫 제로 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후 금통위는 지난해 5월 한 차례 금리를 더 낮춰 연 0.50%로 기준금리를 운용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뉴시스)

이 총재는 "연내 적절한 시점에 질서있게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며 "금융불균형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시간을 두고 중기적으로 경기와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물가 상황 외에도 금융불균형에 유의하는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의 폭발적인 증가 외에 물가도 올 들어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의 근거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는 상태다. 이 총재는 "2019년 이후 0%였던 물가상승률이 올 2월 1%, 4월 2.3%, 5월 2.6%로 목표치였던 2%를 넘었다"며 "물가 오름폭 확대 외에도 기대인플레이션도 올라 2%를 넘어섰다"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이 국제 유가와 공급쪽 요인, 지난해의 기저효과를 반영한 만큼 내년에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는것인지에 대해 국내외서 활발이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기저효과와 공급 측 요인이 커서 물가상승률 자체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급망 지연이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친환경 정책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오름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이 가능하다"며 "국내 경제는 국제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며 경기 회복세와 소비 개선 흐름에 따라 물가의 수요 측 상승 압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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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인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실물 경제에 비춰볼 때 지금 상당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금리를 좀 인상한다 하더라도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정이 30조원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유동성을 축소하는 금리 인상이 같이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통화와 재정 정책의 공조는 반드시 같은 방향, 한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게 되면 자영업자나 불균등한 부문의 문제가 있을 텐데 이런 어려움을 재정에서 커버해준다면 바람직한 정책 운용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