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아기만 쓰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삼성전자 C랩 스핀오프 '모닛' 박도형 대표

인터뷰입력 :2021/05/30 09:32    수정: 2021/05/30 10:39

“기저귀는 노약(老弱)자가 쓰잖아요. 어려움에 처한 분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기술을 통해 우리 사회에 건강한 삶의 가치를 제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 C랩 스핀오프 5년 차 스마트 케어 솔루션 스마트업 모닛의 박도형 대표를 지난 26일 서울시 서초구 모닛 본사에서 만났다.

■ “아이도 중요하지만, 부모도 중요하다”

육아는 이렇게 힘든데, 육아를 도와주는 스마트한 제품은 왜 없을까.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아기 기저귀 속 온도와 습도를 모바일 앱으로 볼 수 있다면, 아기띠가 알아서 무게중심을 변화시켜 준다면 어떨까.

모닛의 대표 제품은 육아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 아기띠'와 '기저귀 센서'다. 모두 두 딸의 아빠인 박 대표의 고된 육아 경험에서 나왔다. 

박도형 모닛 대표(사진=모닛)

박 대표는 퇴근 후 둘째 아이의 육아를 전담했다. 아기띠를 활용해 아이를 돌보다 본인 허리를 다쳤다. 열흘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래서 탄생한 게 스마트 아기띠다. 이 제품은 힙시트 적용으로 부모의 통증을 해결해주고 아기의 골반 건강도 책임진다.

기저귀 센서의 시작은 첫째의 아토피 피부염과 둘째의 기저귀 발진이었다. 젖은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는 게 중요했다. 덕분에 블루투스를 활용해 기저귀의 오염도를 측정해 모바일 앱으로 알려주는 기저귀 센서를 개발하게 됐다.

박 대표는 “육아 시장은 부모의 헌신과 희생을 전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신화적인 부분을 깨고 싶다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도 중요하지만, 부모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두 딸 육아 아이디어로 C랩에 선정...스핀오프 후 혹독한 스타트업 생태계 겪어

디자인을 전공한 박 대표는 패션M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전략마케팅팀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퇴사 전에는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디자인 담당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결혼을 했고, 40대에 두 딸의 아빠가 됐다. 육아하면서 겪은 아이디어를 사내 창의개발프로그램인 해커톤에 공유했고 준우승을 하면서 2016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 선정됐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 12월부터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는 스핀오프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C랩 과제들이 스타트업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랩 스핀오프 제도를 통해 창업자들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고, 스핀오프 후 5년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박 대표는 “현업 부서에서 벗어나 독립된 업무 공간이나 비용, 인력 활용까지 보장돼 자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C랩을 통해 혹독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비교적 빠르게 연착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아기에서 노인 케어로 사업 확장…내달 기저기 센서 '맥스' 출시 예정

시간이 훌쩍 지났다. 기저귀 발진이 났던 박 대표 아이는 벌써 초등학생이 됐다. 임직원도 여섯에서 14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 관심도 유아에서 노인으로 확장됐다. 자연스럽게 노인 케어 솔루션으로 피버팅(스타트업의 사업 방향 전환)하게 됐다.

맥스(사진=모딧)

모닛은 내달 신제품 '맥스'(MECS, Monit Elderly Care system)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맥스는 적시에 기저귀 교체가 필요한 와상 환자를 대상으로 기저귀의 오염도를 측정해 알려주는 기저귀 센서다. 기존 아기 기저귀 센서의 성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맥스는 요로감염, 기저귀 발진, 욕창 등을 예방할 수 있어 환자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와 함께 간병 도우미의 업무 효율화, 요양기관의 기저귀 비용 절감, 환자 보호자의 유기적인 소통을 가능케 한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나아가 ‘데이터 비즈니스’로 진출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대소변 패턴이 기록되면 환자 컨디션 파악이 가능해진다. 또 단절이 되기 쉬운 요양원에 있는 부모와 자식도  앱을 통해 소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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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사진=모닛)

반응도 뜨겁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종합병원 중환자실, 장애시설 등 비투비 수요가 높다.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이나 싱가폴, 스웨덴,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기저귀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케어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꼽는다면 아기와 노인 어르신을 들 수가 있다”며 “모닛의 주요 고객이 바로 이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아와 노인, 투트랙으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시장을 공고히 다져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