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인터넷 접속과 전송을 구분해 망 사용대가의 유무료 시장을 나누는 셈법으로 일관했다. 기술 프리젠테이션과 증인신문까지 거쳐 세 차례의 변론에서 소를 제기한 넷플릭스에 다른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1심 선고일은 6월25일로 정해지면서 재판부의 결정만 남았다. 해외 통신사에 캐시 서버 연결 대가를 지급하면서, 국내로 연결되는 전용회선의 비용을 낼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한 향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채무부본재확인소 3차 변론기일 역시 앞선 변론과 큰 차이 없는 내용의 공방이 오갔다.
소송의 시작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의도다.
두 회사가 이용대가 협상을 벌이다 협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전기통신서비스의 다툼을 중재하는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절차를 밟다가 돌연 넷플릭스가 로펌 김앤장과 손 잡고 소송으로 끌어들인 게 재판 다툼의 발단이다.
넷플릭스는 법률대리인 김앤장을 내세워 다양한 주장을 늘어놨지만 이번 재판에서 핵심적인 주장은 캐시서버 격인 오픈커넥트(OCA)를 일본 도쿄에 연결해놓은 것만으로 인터넷 연결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국내 이용자가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때 연결되는 서버 위치는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도쿄와 홍콩의 캐시서버다.
예컨대 로그인 접속 인증과 콘텐츠 검색 등은 시애틀의 AWS 서버로 연결된다. 해저케이블을 통해 연결된 미국 서버로 오가는 통로는 데이터 트래픽이 크지 않아 넷플릭스 서비스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로 현재까지 별도의 전용 회선이 아닌 퍼블릭 네트워크를 거친다.
반면 이용자가 동영상 시청을 시작하면 대용량의 스트리밍 데이터는 도쿄나 홍콩에 있는 캐시서버에서 국내로 전송된다. SK브로드밴드는 각각의 캐시 서버에서 넷플릭스 트래픽만을 위한 국제구간 전용회선 용량을 늘리고 있다. 전용회선이 아니면 넷플릭스를 시청하지 않는 가입자의 인터넷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대부분의 트래픽이 쏠리는 전용회선의 증설과 관리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 넷플릭스가 부리는 억지다. 해외 사업자인 페이스북은 물론 국내 CP가 동일한 망 이용 계약을 맺고 있는데 넷플릭스만 자사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행위를 접속으로 규정짓고, 접속 외의 모든 네트워크 이용은 무상 전송이라는 논리다.
이를테면 교통카드를 찍고 시내버스를 탄 뒤 공항철도로 환승해 공항까지 간 승객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제주공항까지 비행도 연결된 길을 따라 운송(전송)이 가능하니 여객기 운임은 공짜라는 주장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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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사안을 두고 자주 언급되는 뉴차터 관련 자국 연방법원의 판결 속 내용이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요구에 넷플릭스가 대응했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주장이다.
1심 변론은 모두 마쳤고 재판부의 판결만 남았다.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인만큼 원고 측인 넷플릭스가 패소하면 이용대가 납부를 위한 반소나 적정 이용대가 산정 논의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승소하면 항소의 순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