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를 염두에 둔 계획된 합병이냐 아니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냐', '부정한 회계냐, 합리적 선택에 부합한 회계 처리인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친 공판 준비기일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의 삼성 임원에 대한 '삼성물산 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 의혹' 첫 재판이 22일 열린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와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해 본인의 경영권 불법 승계를 주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은 정식 공판으로, 이 부회장도 법정에 출석한다. 재판을 하루 앞두고 이번 검찰과 변호인단이 불꽃 공방을 벌일 쟁점 두 가지를 살펴본다.
■ 삼성물산 합병, 경영권 승계 위해 부정한 방법 동원했나
검찰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조직적으로 계획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우는 대신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고자 각종 부정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당시 미전실(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등 부당 거래를 일삼았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주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금산결합과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유지하던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규제 등으로 지배력을 상실할 위험에 놓이자 승계계획안 '프로젝트-G'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젝트G는 미전실 주도로 세운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으로,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합병함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이 모든 과정을 불법이라는 전제를 깔아놓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주가를 비교하며 고·저평가를 논하는 자체가 모순이 있다는 논리다.
변호인단은 지배구조 안정과 경영권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 활동이었다"고 반박한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프로젝트G 등 문건은 순환출자 등 기업집단에 관한 규제 대응과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 등 개별 계열사 차원에서 검토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사항을 미전실이 검토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통상적이고 경영에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다.
■ 삼성물산 합병 뒤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있었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역시 미전실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검찰은 삼성이 불법합병을 추진하면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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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천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천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는 혐의다.
이에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가 4조5천억원대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다고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가 4배 이상 올랐다는 점을 들며 이를 반박하고 있다. 삼성바이로직스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지난 3월 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은 "외감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천억원이라는 엄청난 분식을 저질렀다는 것"이라며 "실제 회사는 (이익을) 부풀리거나 손실이 난걸 감춘 것도 아니고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게 회계처리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