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진입을 선포했다. 아직 ARM 인수합병과 관련된 규제당국의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5G와 인공지능(AI) 기술로 향후 비약적인 증가세가 기대되는 서버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새벽 온라인으로 개최한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1' 행사에서 자사 최초의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를 오는 2023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는 ARM IP(설계자산)를 사용해 대규모 AI와 HPC(고성능 컴퓨팅)를 위한 CPU로 그레이스를 설계했다"며 "GPU와 DPU(데이터처리장치)가 결합된 그레이스 CPU를 통해 엔비디아는 컴퓨팅을 위한 기반기술을 구축하고, AI의 진보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제 엔비디아는 세 종류(GPU, DPU, CPU)의 칩셋을 가진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는 파라미터가 1조 개가 넘는 차세대 자연어처리(NLP) 모델 훈련과 같은 워크로드를 대상으로 한 고성능 프로세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는 인텔 및 AMD의 x86 아키텍처 기반 CPU와 비교해 최대 10배 빠른 성능이다.
엔비디아 측은 "4세대 NV링크 인터커넥트 기술을 통해 그레이스 CPU와 GPU는 초당 900GB(기가바이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주요 서버 대비 30배 더 높은 대역폭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레이스는 또한 DDR4 메모리 대비 2배의 대역폭과 10배 더 나은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하는 LPDDR5x 메모리 서브시스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레이스는 스위스 국립 슈퍼컴퓨팅 센터(CSCS)와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알프스(Alps)'에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알프스는 세계 최대의 자연어 처리 모델 중 하나인 'GPT-3'를 이틀 만에 훈련할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는 머신러닝 성능을 측정하는 MLPerf 벤치마크에서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로 인정받는 슈퍼컴퓨터 '셀린'보다 7배 빠른 속도로, 셀린의 최대 성능은 2.8 엑사플롭(1초당 280경 부동소수점 연산 처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서버용 CPU 시장 진입으로 인텔·AMD의 양강체제에 발생할 수 있는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엔비디아가 서버 시장에서 인텔과 AMD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ARM 기반 범용 CPU를 출시해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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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에 인텔이나 AMD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슈퍼컴퓨터와 같은 특정 니치 마켓의 강자로 자리 잡거나 ARM 기반 범용 CPU를 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기존에 GPU를 통해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구축해놓은 만큼 유의미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GTC 2021 행사에서 그레이스 CPU 외에도 ▲차세대 DPU '블루필드-3' ▲엔터프라이즈용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 ▲차세대 AI 지원 프로세서 '드라이브 아틀란'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프레임워크 '모르페우스' ▲차세대 '암페어' 아키텍처 그래픽처리장치(GPU) ▲대화형 AI 프레임워크 '자비스' ▲5G 및 엣지 AI 컴퓨팅 플랫폼 'AI-on-5G' ▲세계 최초 클라우드 네이티브 멀티-테넌트 AI 슈퍼컴퓨터 'DGX 슈퍼POD' 등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