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KB국민은행이 쏘아올린 공, '슈퍼앱'은 대세인가

은행의 플랫폼화 전략 점검

금융입력 :2021/03/06 11:03    수정: 2021/06/03 16:14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은행의 디지털 관련 소식을 전할 때 심심치 않게 달리는 댓글 중 하나는 '국민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 이나 통합해라' 입니다. 얼마나 많길래 그럴까요? 애플 앱스토어서 'KB'를 넣어 검색하면 기업 및 제휴사 앱까지 포함해 47개정도가 검색됩니다. KB국민은행 고객으로 한정짓는다면 'KB국민은행 스타뱅킹' 하나면 충분하지만 다양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KB스타알림'·'리브'·'리브똑똑' 등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겠지요.

KB국민은행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앱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KB국민은행이 쏘아올린 작은 공(?) 이랄까요. 금융업계에선 '원(ONE) 앱, 슈퍼앱'이 화두가 됐습니다. 혁신 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 중인 대다수 핀테크 업체들이 슈퍼앱 전략을 구사하면서, 슈퍼앱이 맞느냐 아니면 앱을 여러가지로 분산하는게 더 맞느냐는 논의인 것이지요.

안드로이드 마켓에 검색된 KB 관련 앱

앱을 여러 개 운영하는 것이 아주 그릇돼 지탄받아야 할 일은 아닙니다. 그간 은행권에서 앱을 하나로 통합 운영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던 것은 앱의 구동 속도, 처리 건수가 몰려 생길 수 있는 장애였습니다. 핀테크와 다르게 은행이 파는 상품 종류가 더 많고 일시에 처리해야할 거래 건이 많아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기본이 되는 모바일 뱅킹 앱을 하나 만들은 후 기능을 최소화한 별도의 미니뱅킹 앱을 내놨습니다. 스마트폰의 앱 알림을 키고 끄는 법을 모르는 고객도 있어 알림 앱도 별도로 제작했습니다.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게 앱을 개선하고 새로 내놓다보니 앱 수가 좀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은행 본 목적은 '고객을 위해서'였습니다.

선의(?)로 시작한 앱 제작이었지만, 한 명의 고객이 한 개의 은행 앱만 쓰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은행서 수 개의 거래를 하는데 수 개의 앱을 설치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지요. 

기존 금융권과 정 반대로 핀테크 최전선 기업인 토스나 카카오페이 그리고 카카오뱅크 등은 원 앱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원 앱, 슈퍼앱의 목적을 고객 편의를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수 개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누릴 수 있다면 고객의 스마트폰이 더러워질 필요도 데이터를 낭비할 필요도 없겠지요.

고객 편의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로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차원도 있습니다. 토스증권 앱을 따로 설치해야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토스증권이 궁금하고 쓰고 싶은 고객이라면 앱을 설치하겠지요. 하지만 갑자기 불현듯 '주식을 해볼까' 라며 토스증권을 설치할 확률은 어떨까요. 토스증권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그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토스 앱 내서 주식 서비스가 생겼다면 토스의 다른 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던 고객이 '이건 뭐지, 한번 들어가 볼까'라며 토스증권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생깁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년 전 신한은행은 모바일 뱅킹과 미니뱅킹 등을 통합해 '쏠(SOL)'을 탄생시켰습니다. 업계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쏠의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고 생각보다 호응도 얻었습니다.무겁지도 속도도 느리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NH농협은행도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앱 통합 작업에 나선다고 합니다. 두 은행이 주변의 만류나 고민에도 불구 슈퍼앱 전략을 택한건 핀테크 기업이 원 앱으로도 수천만의 고객을 끌어모은 이유를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됩니다. 즉, 고객을 이곳저곳 앱을 설치해 흩어지게 만드는 것이 플랫폼이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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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플랫폼은 그야말로 사람이 구름 떼처럼 몰려있고 기다리는 장소입니다. 플랫폼에서 간식도 주고 때론 대화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자꾸 이 곳에 갔다와라, 저 곳에 다녀와라라고 강권한다면 가고 싶은 곳이 될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모바일 앱 개발 분야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의 앱이 아니고 여러가지 앱을 만드려고 하는 것 자체가 고객 관점이 아닌 회사 관점이 아닐까요." 어쩌면 은행은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만 세워두고 고객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