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PC 전원공급 규격 ATX12VO, 1년째 표류...왜?

지난 해 초 인텔 공개했지만 주요 제조사들 연구 개발·원가부담에 '주저'

홈&모바일입력 :2021/03/02 15:50    수정: 2021/03/02 16:02

인텔이 지난 해 초 공개한 새 전원공급 규격 'ATX12VO' 지원 메인보드. (사진=인텔)
인텔이 지난 해 초 공개한 새 전원공급 규격 'ATX12VO' 지원 메인보드. (사진=인텔)

데스크톱PC가 대기 상태에서 소모하는 전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원공급 규격 'ATX12VO'가 표류하고 있다. 인텔이 지난 해 초 이 규격을 처음 공개한 뒤로 약 1년이 지났지만 이 규격을 적용한 전원공급장치나 메인보드를 찾기는 쉽지 않다.

ATX12VO는 데스크톱PC 내부에 공급되는 전력을 12V로 단일화해 전력 소모를 줄이고 전원공급장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12V 전원을 공급받는 메인보드 제조사의 부담 또한 커진다.

■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쓰이는 ATX 규격

현재 데스크톱PC 조립에 널리 쓰이는 규격인 ATX는 1995년 인텔이 처음 지정한 규격이다. 특히 전원공급장치 관련 규격은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등 변화에 따라 몇 가지 세부 내용 추가를 거쳤을 뿐 큰 변화가 없다.

현재 쓰이는 ATX 기반 전원공급장치의 케이블과 커넥터. (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는 데스크톱PC 조립시 전원공급장치에서 분리되는 다양한 전원 케이블을 각 기기에 맞게 일일이 꽂아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메인보드에는 20핀·24핀으로 구성된 전원 케이블과 함께 프로세서 전원 공급을 위해 4핀 케이블을 별도로 꽂아 주어야 한다.

또 그래픽카드가 소모하는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8핀으로 구성된 케이블을 따로 꽂아 주어야 한다. SATA 방식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SSD 역시 별도로 전원 케이블을 꽂아야 한다.

■ 12V는 전원공급장치에서, 나머지는 메인보드에서

문제는 PC 내부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12V는 물론 5V, 3.3V 등 다양한 전원을 지금까지 모두 전원공급장치에서만 공급해 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전력때문에 전원공급장치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인텔이 지난 해 공개한 새로운 규격인 'ATX12VO'(12 Volt Only)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했다. PC 내부에서 쓰이는 모든 전원을 전원공급장치에서 끌어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를 메인보드에서도 처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텔 ATX12VO 규격 메인보드의 전원 연결 단자. (사진=인텔)

이에 따라 전원공급장치는 가정용 교류(AC) 전원을 12V 직류 전원으로 변환하는 역할만 맡게 된다. 메인보드에 꽂히던 전원 공급용 핀은 24개에서 10개로 줄어들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SSD 등 부품 전원 공급은 메인보드가 담당하게 된다.

단 그래픽카드용 전원 공급은 여전히 전원공급장치의 몫이다.

■ 효율 향상·대기전력 감소에 '방점'

인텔이 ATX12VO를 들고 나온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전원공급장치 효율 향상과 대기전력 감소다.

전원공급장치 내부 구조가 단순해지면 자연히 전력변환 효율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한 국내 전원공급장치 제조사 관계자는 "ATX12VO가 활성화되면 입력 대비 출력을 측정하는 기준인 '80플러스 골드' 수준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양한 기기를 위해 항상 가동되어야 하는 전력 변환 과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대기전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최근 데스크톱 PC 대기전력 절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 내부 자료에 따르면 ATX12VO 규격 전원공급장치와 메인보드는 기존 ATX 규격 제품 대비 대기 전력을 27%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

■ 주요 업체들, 원가 상승·호환성 문제로 도입에 소극적

인텔이 지난 해 5월 초 ATX12VO 규격을 공개했지만 아직 이를 적용한 제품은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업계가 해당 규격 적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ATX12VO는 전원공급장치 뿐만 아니라 메인보드도 전원공급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해 추가 부품 탑재는 물론 연구 개발이 필수다. 이 때문에 제품 원가도 자연스레 상승할 수밖에 없다.

ATX12VO 규격은 기존 메인보드 설계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ATX12VO는 전원공급장치 제조사에도 큰 부담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전력 효율 상승을 위해 내부 부품을 추가하는데다 각종 케이블 단자 구조도 바뀌기 때문에 초기 출시 제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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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해 코로나19 범유행(팬데믹)으로 글로벌 제조사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크게 떨어진 것도 제품 출시 지연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국내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인텔이 올 하반기 출시할 코어 프로세서(앨더레이크)용 메인보드에 ATX12VO 규격을 강제할 가능성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