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개발자 초봉 6천만...엔씨·스마일게이트 고민

넥슨발 연봉 인상 파장 지속...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 연봉 협상 앞둬

디지털경제입력 :2021/02/26 09:07    수정: 2021/02/26 17:00

넥슨이 쏘아올린 연봉 인상 발표가 게임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크래프톤이 개발자 연봉을 일괄적으로 2천만 원 씩 인상하고, 신입 대졸 초임 개발자의 연봉을 6천만 원으로 올리며 인재 확보 경쟁에 더욱 불을 지폈다.

게임사의 연봉 인상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매출 조 단위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게임사가 다음 달부터 연봉 협상에 나서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계 맏형인 엔씨소프트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개발자와 비개발자 연봉을 각각 2천만 원과 1천500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또한 크래프톤은 신입 대졸 초입 연봉도 대폭 올렸다. 신입 개발자는 6천만 원, 비개발자 5천만 원이다. 이는 오늘 기준 매출 1조가 넘는 대형게임사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연봉 인상폭이자, 초임 연봉이다.

대형게임사의 연봉 인상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넥슨 측은 이달 초 직원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 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회사는 대졸 초임 연봉을 개발자 비개발자로 나눠 각각 5천만 원과 4천500만 원으로 조정한다고 전했다.

넷마블은 넥슨과 같은 연봉 인상 안을 마련해 공개했고, 중견게임사인 게임빌과 컴투스는 재직자 연봉을 평균 800만 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크래프톤, 인재 중심 조직 운영 위해 연봉 대폭 인상

그렇다면 크래프톤이 연봉을 대폭 인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측은 조직 운영 방식을 인재 중심으로 변경하고, 인재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연봉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공개 채용 규모를 수백 명 단위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전해 다른 대형게임사와 인재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실적 성장 대비 낮았던 연봉, 주52시간 위반 논란, 포괄임금제 유지, 복지 축소 등 부정적인 내부 여론을 해소하기 위해 연봉을 대폭 올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봉 인상 폭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중대형 게임사다. 포괄임금제는 근무외 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 근무제로, 야근이 잦은 개발자들에게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해당 근무제 때문에 피로도가 높은 크런치모드(장시간 근무 유지)와 공짜야근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의견에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 등은 일찌감치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게임빌과 컴투스도 지난해 말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하고, 현재 적용을 준비 중에 있다.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연봉 협상 앞둬

시장의 관심은 연봉 협상을 앞둔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실적 신기록을 경신한 만큼 연봉 인상 폭이 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설립 이후 처음 매출 2조 원을 넘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조4천162억 원, 영업이익은 8천248억 원, 당기순이익은 5천86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42%, 영업이익 72%, 당기순이익 63% 증가한 수치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설립 이후 매출 1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고 알려졌다.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은 기존 인기작인 크로스파이어의 안정적인 수익과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 등이 국내외에서 흥행한데 따른 것이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무엇보다 두 회사는 그동안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연봉 인상을 통한 인재 확보 경쟁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날지에 업계 종사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두 회사가 크래프톤 처럼 큰 폭의 연봉 인상을 결정하기까지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크래프톤과 다른 인력 규모 등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4천여 명, 스마일게이트는 2천70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연봉을 평균 1천만 원 인상했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연간 인건비만 400억이 추가로 지출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직원 수(1천800여 명) 대비 연간 인건비가 최대360억 늘어나는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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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와 복지, 업무 분위기 등이 다른 만큼 연봉 인상 폭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연봉 인상을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인재 확보 경쟁을 선언한 이후 파장이 일고 있다. 크래프톤의 연봉 인상 소식에 게임 뿐 아닌 IT 종사자들은 놀라움과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며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도 연봉 인상을 두고 고민이 깊을 수 있다. 직원 규모와 기존 복지 혜택 등을 계산해 연봉 인상 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