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게임픽] 넥슨발 연봉 인상, 중소게임사 인력 유출로 생존위협

게임업 종사자 처우 개선 긍정적이만, 스타트업 인재 확보 어려워 질 것

디지털경제입력 :2021/02/23 11:58

넥슨발 게임사의 연봉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넥슨에 이어 넷마블, 형제게임사인 게임빌 컴투스가 잇따라 연봉 800만 원 인상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특히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몇몇 중견게임사들도 연봉 인상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넥슨발 연봉 인상 소식은 계속 알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게임업 종사자들은 릴레이 연봉 인상 소식을 환영했지만, 규모가 작거나 형편이 어려운 중소게임사 경영진들은 인력 확보 어려움에 생존의 위협을 겪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넥슨, 연봉 800만원 일괄 인상...인재확보 이유

넥슨 측은 지난 1월 기존 직원들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 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전사 평균 인상률은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3%다.

또한 이 회사는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개발직군 5천만 원, 비개발 직군 4천500만 원으로 크게 상향 적용했다. 우수한 현재와 미래의 인재 확보 및 투자가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판단해서다.

이어 넷마블은 넥슨의 발표가 있은 뒤 열흘 만에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 원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넷마블은 신입 공채 초임의 경우 넥슨과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넥슨 판교 사옥 전경.

여기에 넷마블은 신사옥 이전과 함께 다음 달 부터 기존 식대 지원금 10만 원에 추가로 월별 10만원 상당의 추가 포인트를 지급(연간 총 120만P)하기로 했다.

형제게임사인 게임빌과 컴투스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두 회사는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에 평균 연봉 800만 원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각 게임사는 연봉 인상 이유에 대해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확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엔씨소프트 연봉 인상 여부에 촉각...일부 중견게임사 인상 카드 만지작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달 엔씨소프트가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연봉 협상 기간이 다음 달부터 약 한달 간 진행되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연봉 인상 여부가 아닌 연봉 인상폭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을 정도다. 넥슨이 처음 일괄 800만 원 연봉 인상으로 주목을 받은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인상 규모면에서 최대치를 기록할지다.

한 매체는 엔씨소프트가 직원들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1천만 원 인상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이 향후 어떤 결정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는 이유다.

엔씨소프트는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성과급과 격려금을 제공하고 있는 몇 안되는 게임사다. 지난해 12월에는 임직원 포함 파견직에게도 코로나19 격려금으로 200만 원을 지급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일부 중견게임사들도 연봉 인상 등을 검토 중에 있다. 일괄 인상 또는 직군별 인상, 추가 복지 혜택 등에 대한 고민이다.

중견게임사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연봉 인상 폭을)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결정되면 관련 내용을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며 "우리 뿐 아닌 주변 중견게임사들도 연봉 인상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곧 새로운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일괄적인 연봉 인상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각 직군별에 따라 연봉을 맞춰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넥슨이 쏘아올린 화살..."처우 개선 긍정" VS "생존 위협"

이번 넥슨발 연봉 인상 릴레이는 게임 산업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먼저 게임업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따른 업무 효율 증대가 기대된다. 그간 실적 대비 연봉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사의 직원들은 이번 연봉 인상을 기회로 더 힘을 낼 수 있다.  

또한 타 산업에 종사하는 IT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산업 발전을 꾀할 수도 있다. 일부 게임사는 추가 인재 확보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등의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스타트업과 중소게임사의 인재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분과 이에 따른 게임 뿌리 산업 육성이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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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채용 공고를 내도 직원을 뽑기 어려운 상황에 넥슨발 연봉 릴레이 인상 소식은 충격이었다"며 "시장 경쟁에 인재 확보도 중요한 키워드인 것은 안다. 어려운 상황에 소액이지만 매년 연봉을 인상했다. 그러나 800만 원 일괄 인상은 우리 입장에선 부담이다. 새로운 직원을 뽑는 것 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게임사 대표는 "비공식적으로 연봉을 인상했던 것과 대대적으로 이러한 소식을 알리는 것은 다르다. 최대한 연봉을 맞춰준다고 노력해왔지만, 이제 한계다. 연봉 인상은 게임업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인재 확보에는 긍정적이지만,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의 격차를 더 벌리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일부 게임사는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생존을 걱정해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