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CPU 망가뜨리는 '무뽑기' 아시나요

냉각팬만 떼려다 프로세서까지 '쑥'..최악의 경우 CPU 버려야

홈&모바일입력 :2021/02/17 16:44    수정: 2021/02/17 17:10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냉각장치에 고착된 상태로 뽑히는 '무뽑기' 현상이 최근 빈빌하고 있다. (사진=칩헬)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냉각장치에 고착된 상태로 뽑히는 '무뽑기' 현상이 최근 빈빌하고 있다. (사진=칩헬)

데스크톱용 AMD 라이젠 5000 프로세서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냉각팬을 분리하다 프로세서까지 뽑히는 일명 '무뽑기'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냉각장치와 프로세서 사이의 서멀 그리스가 고착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냉각장치를 분리할 경우 핀이 휘거나 뽑히는 등 프로세서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라이젠 프로세서에서 냉각장치를 쉽게 분리할 수 없는 경우, 혹은 '무뽑기 현상'으로 핀을 망가뜨렸다면 자가 수리 대신 전문 업체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 프로세서·냉각장치 사이 서멀 그리스 고착

라이젠 프로세서를 이용해 PC를 조립할 때는 먼저 프로세서를 메인보드 위 소켓에 방향을 맞춰 살짝 밀어 넣은 다음 AM4 소켓의 지렛대를 내려 프로세서를 고정한다.

AM4 메인보드 소켓에 지렛대 잠금장치로 고정된 라이젠 프로 프로세서. (사진=지디넷코리아)

그 다음 프로세서 표면을 덮은 히트 스프레더와 냉각장치(공랭식 냉각팬, 수랭식 히트싱크) 사이를 빈틈없이 채워 열 전도율을 높일 수 있는 서멀 그리스를 도포한다. 마지막으로 이 위에 냉각장치를 올리고 메인보드에 고정해 마무리한다.

프로세서 표면과 냉각장치 사이에 도포하는 서멀 그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화되기 쉽다. (사진=AMD)

이 과정에서 쓰이는 서멀 그리스는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쉽게 분리가 가능한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PC가 작동하며 1년 이상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면 접착제처럼 단단히 들러 붙기 쉽다.

■ 프로세서 핀 망가뜨리는 '무뽑기 사고'

프로세서나 냉각장치 교체를 위해 조립했던 프로세서를 분리할 때 바로 이 서멀 그리스가 문제를 일으킨다. 냉각장치만 분리하려고 힘을 주었는데 프로세서까지 그대로 쑥 뽑혀 나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밭에서 재배한 무를 뽑는 것에 빗대 '무뽑기'라 부른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가 뽑혀 나올 때 소켓의 잠금장치를 해제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세서에 장착되어 있던 핀까지 뽑히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무뽑기 사고로 가운데 핀 하나가 빠진 라이젠 5 3600X 프로세서. (사진=독자 제공)

일부 초보자들은 냉각장치를 좌우로 비틀어 억지로 분리하려다 프로세서 아래 핀이 구부러지거나 뽑히는 다중 사고를 내기도 한다.

AMD는 이런 '무뽑기 사고'를 소비자 과실로 간주해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핀 몇 개가 부러지거나 구부러졌다 해서 수십만 원짜리 PC 프로세서를 바로 버리기란 쉽지 않다.

■ 전문 수리 업체 "1주일에 10건 이상 입고"

현미경과 정밀 인두, 특수 공구 등을 동원해 '무뽑기' 피해를 수리해 주는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용산전자상가 소재 전문 수리점인 하트전자 김민상 대표는 16일 "일명 '무뽑기'로 망가진 라이젠 프로세서가 1주일에 평균 10건 가량이 입고된다"고 설명했다. 한 해 적어도 500명 이상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핀 구부러짐과 뽑힘 등 복합적인 문제로 입고된 라이젠 프로세서. (사진=하트전자 제공)

이들 업체는 구부러진 핀은 특수 공구로 조심스럽게 펴고, 부러진 핀은 완전히 제거한 다음 새로운 핀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김 대표는 "프로세서 중앙에 가까운 핀이 뽑힐 경우 난이도가 높다. 작업을 마치면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아예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또는 소비자가 수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핀이 10개 이상 뽑혔다면 수리비보다 중고 가격이 더 저렴해진다. 김 대표는 "수리 불가 제품 중 일부는 핀 확보를 위해 부품용으로 매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문제 발생시 자가 수리 대신 전문 업체 찾아야"

현행 AM4 소켓은 라이젠 프로세서가 핀을 통해 메인보드와 연결되는 구조로 '무뽑기 문제'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냉각장치 제조사는 프로세서가 쉽게 뽑혀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브래킷을 판매하기도 한다.

일부 업체는 무뽑기 현상을 경감할 수 있는 브래킷을 판매중이다. (사진=GELID)

PC 하드웨어 관련 국내외 커뮤니티에는 '무뽑기 예방책'으로 프로세서에 과부하를 주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1시간 이상 실행하라는 조언이 널리 퍼져 있다. 열을 가하면 굳었던 서멀 그리스가 녹아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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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방법은 서멀 그리스가 완전히 고착된 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리업체 관계자와 PC 소매점 관계자들은 "라이젠 프로세서에서 냉각장치를 쉽게 분리할 수 없거나, 혹은 '무뽑기 현상'으로 핀을 망가뜨렸다면 자가 수리 대신 전문 업체를 찾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