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화력 자금 조달 '불투명'…자산운용 18社 회사채 인수 거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8천억원 추가 발행 계획…'脫석탄'에 사업 난관

디지털경제입력 :2021/02/05 15:12

금융권에 '탈(脫)석탄' 바람이 불면서 포스코가 강원 삼척에 구축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출자사인 삼척블루파워가 앞으로 3년간 8천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인데, 이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자산운용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5일 기후솔루션·녹색연합 등 24개 환경단체의 탈석탄 캠페인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거부 의사를 밝힌 자산운용사는 지금까지 총 18개사에 달한다. 지난해 말 10개사가 인수 배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8개사가 추가로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탈석탄' 흐름에 최근 합류한 자산운용사는 교보AXA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18개사는 개별 사업에 대한 투자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탈석탄을 선언한 삼성자산운용을 포함하면 이들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540조원 규모의 채권 자산 가운데 86.7%가 삼척화력 회사채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분석이다.

총 사업비가 4조9천억원 규모인 삼척화력 사업은 지난 2019년 착공해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사업비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코에너지의 출자사인 삼척블루파워는 세 차례에 걸쳐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는 향후 3년간 8천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삼척화력 1·2호기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포함된 사업이다. 삼척화력 외에도 고성하이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신서천 1호기 등의 석탄화력발전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034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이미 공사에 들어간 발전사업을 중단하긴 어렵다는 입장.

'석탄을 넘어서'가 5일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거부 의사를 밝힌 자산운용사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자료=석탄을 넘어서
석탄을 넘어서(전국 탈석탄네트워크)가 5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척화력발전소 가동 준비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삼척화력은 친환경이 조금 보장된 발전소라서 이산화탄소(CO2) 배출도 기존 설비 대비 12% 적고, 석탄 운송 과정도 밀폐식으로 돼 있다"며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인 발전소"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삼척석탄화력사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이상, 다음달로 예정된 삼척블루파워의 사채 발행은 큰 고비를 만났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의 고객이자 실질적 투자자인 보험사들도 탈석탄 선언을 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석탄 투자의 입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며 "사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발행물량에 못 미칠 경우, 총액인수 조건으로 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석탄을 넘어서'는 이날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자산운용사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추가로 공개하고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나머지 자산운용사의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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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진 석탄을 넘어서 캠페이너는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석탄화력발전의 수익성은 더 큰 폭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히 석탄화력사업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자산운용사들은 금융산업 흐름에 부합하는 ESG 투자원칙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