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의 단기 법정관리(P플랜)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일축하며,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자금 투입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업의 존속가능성을 증명해야만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선임부행장은 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의 잠재적 투자자와 대주주 마힌드라 간 투자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현 상황에 산업은행으로서는 투자를 검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실행과 쌍용차 회생계획에 대한 진단 후 P플랜에 동의할 것"이라며 "투자유치 무산 시 쌍용차는 통상적 회생 절차에 착수해야 하며, 대주주의 신규투자 또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위기에 놓인 쌍용차가 P플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발언이다. P플랜은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와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을 결합한 단기 구조조정을 뜻한다.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조정한 뒤,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회사와 투자자,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요구된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엔 마힌드라의 지분율(75%)을 낮추고, 투자를 저울질 하는 HAAH오토모티브가 2억5천만 달러(약 2천8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로 오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시에 HAAH오토모티브는 산업은행 측에도 지원(약 2천500억원)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은 "쌍용차의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아 잠재적 투자자가 P플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향후 일정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잠재적 투자자가 채권단에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자의 사업계획을 포함한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이 나오면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 후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 측에 자금조달 관련 증빙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쌍용차와 협의해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면 그에 근거해 LP로부터 LOC(투자확약서)를 발급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P플랜 무산 시 은행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쌍용차 부실화의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며, 최근 10년간 누적 1조원의 적자를 낸 회사를 살리려면 '돈'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한국GM을 거론하며 "한국GM은 대주주인 미국 GM 본사로부터 64억 달러 지원과 신차 배정을 약속받으면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7억5천만 달러를 지원한 것"이라며 "쌍용차의 경우 대주주가 책임 있는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고, 잠재적 투자자 또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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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산업은행은 쌍용차 협력업체가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측은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자동차를 포함한 주력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1조5천억원 규모)을 운영 중"이라며 "'기간산업 협력업체 운영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 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기존 프로그램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