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 LG에너지, 車 배터리 특허 공방 계속

"LG 특허 무효 가능성" vs "PTAB 의견 확대 해석해 여론몰이"

디지털경제입력 :2021/01/18 15:52    수정: 2021/01/18 16:33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연일 배터리 특허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엔 미국 특허청의 입장문에 LG 배터리 특허에 대한 '무효 가능성'이 담겼는지 여부를 두고 양사의 해석이 엇갈렸다.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신경전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18일 "LG에너지솔루션은 이슈의 본질인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BA)이 언급한 LG 특허의 무효 가능성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특허소송을 중재하는 PTAB는 12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SRS·양극재 특허 관련 특허무효심판(IPR) 8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거절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PTAB의 IPR 기각 결정문을 두고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LG 측은 "SK가 당사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다툼을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K 측은 "PTAB가 절차적인 이유로 특허무효심판 조사개시 요청을 각하했지만, 본질적인 쟁점에 대해 LG 특허의 무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SK이노베이션(오른쪽)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품. 사진=각 사

하나의 입장문에 두 가지 해석…LG-SK 또 말싸움

이날 SK이노베이션은 "PTAB는 (각하 결정문에서) '신청인이 합리적인 무효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며 "쟁점 특허인 '517 특허'에 대해선 '강력한 무효 근거(a reasonably strong case on unpatentability)를 제시했다'는 의견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517 특허의 국내 대응 특허인 310 특허는 2011년 국내에서 제기된 특허무효심판을 통해 무효 판결이 났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대승적인 협력 차원에서 (LG와) 합의했다"며 "LG가 답변을 피하는 'PTAB의 LG특허의 무효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SK는 PTAB 의견 중 일부만 발췌해 진실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며 "조사개시 여부 판단의 6가지 판단 요소 중 하나는 '청구인이 조사개시를 할 정도의 무효쟁점을 주장 했는 지 여부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무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당초 특허 무효 가능성이 컸다면 PTAB가 조사를 이어갔을 것이란 게 LG 측 주장의 요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PTAB은 '쟁점과 관련해 충분한 증거 조사를 통해서만 밝힐 수 있는 특허 권리 범위 해석과 사실관계들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며 "PTAB는 통상 6개의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SK가 주장하는 것은 이 중 1개 요소에 해당하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LG에너지솔루션 전신)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화학

SK "모든 점에 투명하게 대응" vs LG "대응할 가치 없어"

이처럼 공방이 거센 상황에서 다음달 10일(현지시간) 미국 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까지 양사의 합의 가능성도 더욱 낮아졌다. 앞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사장) 등이 나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감정의 골은 아직 깊다.

SK 측은 "양사 배터리 소송 이슈로 국민들과 언론에 죄송스럽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소송이 조속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정정당당하게 임하면서, 모든 것에 대해 투명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LG 측 역시 "법정에서 가려야 할 사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경쟁사의 비상식적인 행위만 보더라도 대응할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명확한 사실을 놓고 이렇게까지 무리한 논쟁을 하는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고 안타깝다"고 대응했다.

ITC의 최종결정은 ▲SK 조기패소 판결 유지 ▲추가 행정명령 없이 종결될 가능성 ▲추가 조사로 인한 판결 연기 가능성 등 크게 세 가지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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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판결에서 ITC가 LG의 손을 들어준다면 SK 배터리 셀·모듈·팩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미 1조9천억여원을 투자했고, 또 2공장 증설에 추가로 1조여원이 투입될 SK 미국 조지아 배터리공장 가동에도 여파가 미칠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그동안 물밑으로 합의에 나섰지만 입장차가 여전하다"며 "최종판결 이전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소송은 장기전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