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에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10년 뒤 글로벌 시장에 매년 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를 공급한다는 목표인데, 이를 위해 수소전기차 최대 수요국인 중국 현지에서의 제품 생산과 판매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대차그룹은 1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광저우개발구 정부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법인 설립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행사엔 린커칭 광둥성 상무부성장, 후홍 광저우시 부시장을 비롯해 이광국 현대차그룹 중국사업 총괄사장,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유한공사 부총재(전무)가 참석했다.
中 '수소 굴기' 타고 현지서 넥쏘 연료전지 생산
현대차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는 국내와 유럽, 미국에 이은 네 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 곳은 다음달 말 착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목표 생산량은 연간 6천500기에 달한다. 주력 생산품은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되는 연료전지다. 현대차는 향후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과 시황에 대응해 공급 능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 법인은 100% 현대차그룹의 지분으로 설립된다. 회사는 2019년 12월 광둥성 정부와 현지 법인 설립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사전 시장조사와 생산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작업 등을 거쳐 최근까지 세부안을 조율해왔다.
중국 정부는 수소전기차 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현지에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중국 장쑤성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한 일본 토요타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다. 또 캐나다 '발라드 파워 시스템', 독일 '보쉬', 'SFC에너지', 영국 '세레스 파워'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시장 진출에 발빠르게 나섰다.
업계가 중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수소전기차 육성 정책과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는 '수소 굴기(崛起·일으켜 세움)'를 비전으로 오는 2035년 수소전기차 100만대 보급을 추진 중이다. 중국자동차공정학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차 기술 로드맵 2.0'에서 "2035년까지 순수전기차·수소전기차 등 신(新)에너지차와 하이브리드 등 에너지 절감 차량의 판매 비중이 각각 50%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료전지시스템 2030년 年 70만기 글로벌 공급"
현대차는 중국 생산기지 구축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해 2030년 전세계에 연간 약 70만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18년 아우디와의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2019년 미국 커민스사와 친환경 파워트레인 공동개발협약을, 지난해부턴 유럽 수소저장 기술 업체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소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에 첫 연료전지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 이 분야 선두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중국의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는 시기로,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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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광둥성이 추진 중인 여러 수소산업 육성 시범사업에 중국 내 주요 업체들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직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현지 법인 설립 초기부터 안정적으로 판매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도 지난 2018년 발표한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에 따라 광범위한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총 7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신기술 개발을 통해 고출력 시스템, 경량형 고밀도 시스템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