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윤종원 기업은행장, '노조 추천 이사제' 수용할까

기업은행 노사 이달부터 논의 착수…정례화 방안도 검토

금융입력 :2021/01/07 16:40    수정: 2021/01/08 09:50

기업은행 노사가 새해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여부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임기 2년차를 맞아 수평적 조직문화를 주문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설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이달 협의체를 꾸려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논의에 돌입한다.

이들은 작년 12월 개최한 3·4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올초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은행의 김정훈·이승재 사외이사가 오는 2월과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그 중 적어도 한 자리를 노조 측 추천 인사로 채우자는 게 이번 협상의 골자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나아가 노조는 은행 정관에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까지도 제안하고 있다. 주주의 동의가 필요한 타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내부 합의를 통해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말그대로 노조가 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다. 정식으로 선임된 인물은 법률과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사업계획·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경영 사안에 대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럽에선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15개국이 공공·민간부문에 이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성과를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KB금융과 수출입은행 노조 역시 이사 추천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결실을 맺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소비자와 직원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특히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디스커버리펀드 분쟁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이달 불완전판매 여부를 둘러싼 금융감독원의 징계 심의(제재심)를, 2분기 중엔 분쟁조정(분조위)을 각각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놓은 만큼, 기업은행 노사도 원만히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종원 행장도 노조 추천 이사제에 긍정적인 것으로 감지된다. 그는 지난해 취임 초 노조와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과도하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경영에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장점이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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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측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 추천 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좋은 관행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