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큰 배신감을 준 게임. 사이버펑크 2077 출시 후 이용자 반응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2월 10일 출시된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전 글로벌 사전예약에서만 8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큰 기대를 받은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다운로드 마켓에서 판매중단 혹은 이용자 경고 딱지가 붙을 정도로 여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게임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 출시 후 기대에 미치지 못 한 사례는 수두룩하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완성도는 평범하지만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거나 전체적으로 장점이 많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큰 단점이 있는 경우가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 받는 실망감은 그 궤가 조금 다르다. 개발사가 약속했던 콘텐츠가 대부분 구현되지 않았고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 출시를 목표로 개발한 게임이 해당 콘솔에서 수시로 구동이 멈추는 등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다.
사이버펑크 2077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사양 PC에서는 엄청난 광원 효과가 적용된 게임 속 도시 광경을 볼 수도 있으며 암울한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게임 세계관과 이를 표현한 스토리라인은 인상적이다. 이 게임이 오픈월드 게임이 아닌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정해진 곳만 순서대로 이동할 수 있는 선형진행 방식을 택한 게임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세계관 구현은 충실하게 되어있다.
다만 스토리에서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한 인간성 상실 사회 붕괴를 묘사하며 아슬아슬한 느낌을 전하기보다는 그저 거대 기업과 개인의 대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점은 아쉽다. 판타지 오픈월드 게임에 미래세계 탈을 씌웠다는 비평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만약 고사양 PC를 가지고 있고 오픈월드 게임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퀘스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곳만 따라다니며 진행하는 이라면 사이버펑크 2077의 단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여지가 있다. 이런 경우 겪게 되는 불편함은 수시로 연락이 오는 천편일률적인 서브 퀘스트 해결 요청 정도다.
하지만 이 게임을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NPC와 상호작용을 즐기고 자신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을 가상 공간에서 시도하는 사이버펑크 놀이터처럼 생각한 이들에게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말고는 그 어떤 장점도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 된다.
일자진행형 스토리는 이용자가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어떤 변주도 보여주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될 뿐이며 NPC와 상호작용은 그 종류와 연출 모두 과거 출시된 오픈월드 게임의 그것보다 뒤쳐지는 수준이다.
자동차로 도로를 가로막고 있으면 다른 NPC 차량이 이를 피해가는 식의 AI조차 구현되지 않아 도로가 그대로 정체되고, 게임 내 대부분의 NPC가 공격을 받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잠깐 웅크렸다가 달려서 도망치는 패턴이 일관되게 적용되어 있는 모습은 사이버펑크 2077의 단조로운 NPC AI를 비판하는 가장 잘 알려진 사례다.
맵을 돌아다니는 재미도 크게 색다를 것이 없다. 게임 시작 후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고층빌딩을 보며 게임 내 각종 퀘스트나 오브젝트가 기존 오픈월드 게임과 달리 수직적으로도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실제로 이런 수직공간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오히려 실망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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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버그는 사이버펑크 2077의 평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어떤 버그가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많은 버그가 확인된다. 그저 개발사의 패치를 기다리는 것 외에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사이버펑크 2077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된 게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장점이 있지만 더 많은 단점이 이를 완전히 퇴색케 한다. 출시 전 이어졌던 공격적인 마케팅이 자신감의 표현이 아닌 개발비를 신속하게 회수하기 위한 수단이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씁쓸한 입맛을 남기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