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내에서 입법 추진 중인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양국 간 통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내용을 우리 외교부와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17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상문제가 될 수 없다는 해석과 함께, 개정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힘을 모으자고 제언했다.
먼저 홍정민 의원은 “미국 무역대표부가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통상문제로 확대될 경우 한국 정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바른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부당한 독점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국회나 미국 법무부나 같은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어 구글 인앱결제 이슈는 통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히려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힘을 모아 앱 마켓 생태계 활성화와 경쟁 촉진을 위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야당인 국민의힘의 협력을 요청했다.
홍정민 의원은 “지난 공청회에서 국민의힘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가) 국내 산업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확실한 피해 금액과 범위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면서 국감 때와 달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신중하자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면서 “그러나 과기부 발표를 통해 피해 금액과 범위 등 국민의힘이 요구한 의문사항이 상당수 해결될 것이므로 국민의힘도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콘텐츠 업계와 스타트업을 위해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일 외교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구글 등 앱스토어 운영정책 관련 USTR 부대표부 유선통과 결과’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기밀로 분류된 이 문건은 주미한국대사관 상무 라인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간 통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구글 갑질 방지법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우려되며, 통상 문제 등에서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USTR 부대표부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압박 목적으로 해석된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구글이 내년부터 게임뿐 아니라 웹툰, 동영상, 음악 등 모든 콘텐츠 앱에 자체 결제 플랫폼 사용을 의무화 하도록 정책 변경을 예고하면서 발의됐다. ‘인앱결제’로 불리는 이 결제 방식은 앱 등록 업체들이 결제 대금의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해당 수수료는 구글과 통신사, 결제 대행사 등이 나눠 갖게 된다.
그러자 인터넷 업계를 비롯해 스타트업 단체 등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과다한 수수료로 중소 앱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늘어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시민단체들도 소비자 피해를 예상해 구글 정책에 반대 입장이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구글이나 애플 등 앱 마켓 운영사가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 강제 행위를 금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달 야당 측이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 등을 사유로 해당 개정안 통과에 신중하자는 입장을 취하면서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한편 지난 16일 열린 ‘문화산업 공정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경북대학교 신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신 교수는 “30% 수수료는 적정하지 않은 절대적 고율로, 국내뿐 아니라 가격 남용 규제수단을 보유한 미국, 유럽(EU) 등 다른나라에서도 문제되고 있다”면서 “구글은 처음에 앱 친화적이고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됐는데, 이를 이용해 30% 수수료를 챙기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거래법을 참고하면 구글이 30% 수수료 부과를 하면 '가격남용' 우려가 생긴다"며 "앱개발자들에게 고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인앱결제로 인해 앱개발자들이 결제 시스템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게 강요받는 것은 결국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