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심각한 전기차 안전불감증...정부도 업체도 외면

전기차 안전보다는 ‘장거리 주행 가능 여부’에 초점...인식 전환돼야

카테크입력 :2020/12/14 11:16

아직 우리 사회가 안전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안전보다 장거리 주행 전기차나 충전 인프라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기관은 안전한 전기차 제작을 위한 충돌 테스트 마련 등 세부 지침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현재 전기차 안전 대신 장거리 주행 가능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코엑스 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이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5일까지 성인남녀 1천5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은 95%(1천508명)로 전년도 94%에 비해 1% 증가했다.

또 전기차 구입 시 고려사항에 대한 질문에는 ‘최대 주행거리’와 ‘충전소 설치’가 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대 주행거리’는 지난 설문에서 45%로 가장 많은 답변을 보였다.

이미 전기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모델들을 내놨다. 테슬라 모델 S, 모델 3, 모델 X,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한국GM 볼트 EV 등 주요 전기차들의 정부 공인 주행거리는 최소 400km를 넘겼다(일부 상위급 트림 기준). 심지어 충전소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차량 내부에서 손쉽게 충전소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도 열렸다.

GM 쉐보레 볼트 EV 전기차 충전 모습

장거리 전기차 시대는 이미 활성화됐지만, 제조사들은 여전히 전기차 안전 확보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이슈는 바로 화재였다. 특히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고가 국내에 자주 일어나게 되면서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현대차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 관련 리콜을 진행했지만, 리콜 이후에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차량이 벽돌처럼 굳어버리는 일명 ‘벽돌현상’을 겪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코나 일렉트릭은 화재에 이어 브레이크 결함까지 생겼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8일 발표한 리콜 자료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은 브레이크 경고등이 점등되면 브레이크 페달에 압력이 세져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0월 23일에는 경남 밀양시에는 코나 일렉트릭이 내리막길 주행 중 전복 사고가 나타났는데,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전복 사고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경남 밀양에서 발생된 코나 전기차 브레이크 의심 사고 현장 (사진=네이버 전기차 동호회 ‘구사일생했습니다’ 게시글)
남양주 와부읍 주민자치센터 급속충전 장소서 발생한 현대차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사진=남양주소방서 제공)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대차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안전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순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대중앞에 공개하고, E-GMP를 활용한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E-GMP가 전기차 안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안전과 관련된 제조사의 설명이 없으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전기차 사고 시 현명한 구조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에 발생한 테슬라 모델 X 아파트 지하주차장 충돌 사고는 이같은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대리운전 기사는 사고 후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현장에 충돌한 소방서는 차량 조수석에 있었던 차주를 직접 꺼내는데 애를 먹었다. 모델 X 차량의 경우, 차량 2열 스피커 그릴을 뺀 다음, 레버를 당기면 뒷쪽 팰컨 윙 도어를 수동으로 열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소방 관계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다 보니, 구조하는데 크게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전기차에 대한 안전 구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된 참사로 연결될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아직까지 모델 X 충돌 사고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사고 관련 데이터를 종합한 뒤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전기차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그룹 사장이 아우디 이트론 스포트백 전기차를 소개하고 있다. 해당 전기차는 내년 국내 출시 예정이다. (사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까지 전기차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디넷코리아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코나 전기차 화재, 테슬라 충돌 사고 등 전기차와 관련된 대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회사 차원의 안전 대책이 있는지 물어봤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관련해 아직 국내에 보고된 사례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회사 측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독일 본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상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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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내년부터 아우디 이트론 스포트백, 폭스바겐 ID.4. 등의 전기차들을 국내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기차 안전에 대한 고객 약속 대신 충전 인프라 확대에만 전념했다. 좀 더 고객 중심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아직까지 한국GM 볼트 EV를 제외한 나머지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안전도평가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특히 전기차 화재 가능성, 충돌 가능성을 염두한 새로운 안전 테스트 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또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된 안전 가이드라인도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