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 5년 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10년 뒤엔 양산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이제 관건은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기술 협력 여부다.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선행 개발에 나서면서도, 3사로부터 부품 수급에 나설 방침이라고 명확히 했다. 양산 시점도 배터리 업계의 로드맵과 묘하게 겹친다는 점도 협력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10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한 후, 2027년 양산 준비에 들어가 2030년경 본격 양산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배터리 3대 요소 중 하나인 전해질을 고체로 사용해 전력량을 늘리고 폭발 위험도 줄어든다.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하면서 배터리 구조도 더욱 단순해진다.
비어만 사장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당사 주도로 선행개발 중이다. 보다 나은 안전성·주행거리·충전시간 등 성능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라며 "현재 여러 배터리 회사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과 수급 안정성 확보에 주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확대되는 전동화 시장 대응을 위해선 한 가지 사양의 배터리로 성능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며 "기술개발 다원화로 시장별·차급별·용도별로 성능과 가격이 최적화된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은 국내 배터리 업계와 궤를 같이 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2023년 소형 셀(Cell), 2025년 대형 셀 검증을 각각 마친 후인 2027년으로 잡았다.
삼성종합기술원도 지난 3월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관련 원천기술을 게재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상용화 시점을 2028~2030년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개발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3사의 관심이 나란히 전고체 배터리로 향하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삼성SDI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을 차례로 찾았다.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배터리 업계와의 협력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가 결국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할 것이란 설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비어만 사장은 지난 2일 열린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에서 "그동안 배터리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국내 3대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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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배터리 자체 조달은 일부에 국한된 얘기"라면서 "기본적인 배터리 수급은 국내 3대 기업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도 "당장은 손에 잡힐 만한 성과가 없지만, 향후 현대차와의 협력 가능성은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