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윤리 전문 연구자 팀닛 게브루 해고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구글 직원들이 7일(현지시간) ‘진정한 변화를 위한 구글 워크아웃(Google Walkout for Real Change)’ 미디엄 계정에 게브루 해고 사건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올렸다고 더버지가 보도했다.
‘기록을 바로잡자’란 제목의 이 글에서 구글 직원들은 “게브루는 사직한 게 아니라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언어모델 비판이 결정적…"검토기간 적게 줬다는 건 말도 안돼"
팀닛 게브루는 지난 주 AI의 한계를 지적한 논문 게재를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회사를 떠났다.
구글 AI부문 책임자인 제프 딘 부사장은 “팀닛 게브루 박사가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향을 밝혀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글 직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들은 “(회사측은) 사직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게브루 박사 본인 말에 따르면 사직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게브루 박사는 회사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자신의 논문을 철회하기를 원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 AI 연구팀을 이끄는 사람들은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들이 먼저 게브루의 사직을 수용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게브루가 구글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은 에밀리 벤더 교수(워싱턴대학) 등과 준비하던 논문 때문이었다. 이들의 논문은 AI 훈련의 기초가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연구였다.
이 논문에서 게브루 등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크게 네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지나치게 많은 전력을 소모해서 지구 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친다.
둘째. 인종차별, 성차별 우려가 크다.
셋째. 인간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흉내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인간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진짜 연구’가 홀대받고 있다.
넷째. 인간을 그럴싸하게 흉내낼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될 우려가 많다. 가짜뉴스나 딥페이크가 대표적인 악용 사례다.
구글 역시 2018년 버트(BERT)란 대규모 자연어처리(NLP) 모델을 도입했다. 게브루의 연구는 구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릴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논문에 대해 제프 딘은 “회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대규모 언어모델들이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활용하고, 인종/성별 편견 문제를 해결한 최근의 많은 연구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게브루가 회사에 충분한 논문 검토 시간을 주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제프 딘은 “연구팀이 논문을 검토하려면 2주 정도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게브루는) 마감 하루 전에 회사에 논문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게브루는 준비하고 있는 논문을 내년 3월 열리는 컴퓨터 과학 컨퍼런스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더버지에 따르면 게브루는 10월 7일 회사에 논문 검토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회사에 제출한 직후인 8일 자정 조금 지난 시간에 학회에서 통과됐다.
게브루 "회사가 좋아하는 논문만 쓰는 건 연구자에겐 비윤리적"
구글 직원들은 제프 딘의 이 주장도 반박했다. 그 동안 구글 내 논문 검토 정책은 상당히 유연하게 적용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게브루에게만 깐깐하게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했다. 구글 직원들은 학회 발표 논문 중 마감 직전에 회사에 승인 요청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41%를 학회 마감이 지난 이후에 회사에 승인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2주 정도 시간을 두고 회사에 논문 검토를 요청해야 한다는 빡빡한 조건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게브루도 구글 비판에 힘을 냈다. 게브루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회사 측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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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사가 좋아할 내용만 있고 문제는 지적하지 않는 논문만을 가질 수는 없다”면서 “그건 연구자에겐 비윤리적인 일이다”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1천500명 이상의 구글 직원들이 게브루 해고에 항의하는 청원에 서명했다고 더버지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