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인 '탈(脫)원전'을 둘러싼 공방이 또 펼쳐졌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 쟁점은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제성 평가 조작과 문서폐기 등의 비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여당은 이번 감사가 조기폐쇄 적절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는 만큼,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자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산업부가 국기 문란 행위를 저질렀다며 감사와 관련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경제성과 함께 안전성, 주민수용성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진행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보고서'에서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원전 조기폐쇄의 주요 근거인 '경제성 평가'가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분석과정에 관여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경제성 분석과정에 관여해 신뢰성을 낮췄다는 감사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제성 분석과정에 개입한 것이 아닌, 단순 '의견 교환'일 뿐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감사에서 원전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문제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전 축소·폐지 등 에너지전환 정책의 흐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성 장관은 "경제성 평가 변수 선정 등에 있어 일부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부는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 장관은 산업부 직원들이 문서폐기를 했냐는 질문에는 "문서 삭제는 올바른 행위가 아니지만, 산업부가 조직적인 차원으로 한 것도 아니다"라며 "감사원 징계요구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野 "감사 자료 삭제, 설마 공무원이 단독으로 했을까"
야당 측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감사원 결과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고 나왔는데,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그대로 추진하는 건 감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부처 공무원이 심야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관련 자료를 삭제했는데, 설마 이를 공무원이 단독으로 했을까"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은 "청와대와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이 서로 공모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과정에서 불법사안이 발생한 것"이라며 산업부에 감사와 관련한 문건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도 "감사원은 월성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지만, 폐쇄 결정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며 "감사원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에 대해서도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與 "감사 결과로 조기폐쇄 적절성 판단할 수 없어"
여당 의원들은 이번 감사 결과로부터 원전 조기폐쇄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없으니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와 탈원전은 별개이고, 이를 정쟁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월성1호기 감사는 사회적인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반쪽 감사"라며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절적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갑석 의원은 "감사 결과는 월성1호기의 경제성 문제에 대해 신뢰를 저하할 우려가 있다는 정도였다"며 "이를 두고 국기문란이나 조작 등의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도 "감사결과가 원전 가동중단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징계요구 역시 '주의' 수준으로 그쳤고,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정쟁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산업부는 에너지전환을 더욱 소신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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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감은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산업부를 강하게 질책하자 이에 여당 측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한때 중단됐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월성1호기 감사 뒤엔 청와대와 산업부의 갑질이 있었고, 그들의 협박에 무릎을 꿇은 초라한 공기업 한수원이 있었다"며 "산업부는 정권에 충성하지 말고 국민에 충성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감사보고서엔 대통령과 정부의 관계가 어떻게 드러났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근거도 없이 정부를 범죄자인 양 말하지 말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