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지난 8월 말부터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마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의 '오버클록 헤드룸'(여유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텔이 오버클록 특성이 떨어지는 제품만 따로 골라 의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관련기사 참조)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의 오버클록 특성이 기존 출시 제품에 비해 정말로 떨어지는 지 직접 확인했다. 이를 위해 인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 중 최상위 제품인 코어 i9-10900KA와 기존에 유통되던 코어 i9-10900K를 직접 구매해 테스트했다.
■ 생산 주차·일부 구성물 이외 동일한 제품
본지가 직접 입수한 프로세서는 외부 포장에 '마블 어벤져스' 캐릭터가 그려진 한정판 제품(코어 i9-10900KA)과 기존에 유통되던 코어 i9-10900K 등 2종이다.
두 제품의 패키지 안에 든 프로세서 모델명은 'i9-10900K', 인텔 내부적으로 프로세서 구별에 적용하는 고유 번호는 'SRH91'로 모두 동일하다. 어벤져스 한정판 제품에는 일러스트 카드가 추가로 포함되지만 프로세서 성능 등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니다.
제조 국가는 두 제품 모두 중국으로 동일하며 생산 주차는 기존 유통 제품이 34주차(8월 16~22일), 어벤져스 한정판이 33주차(8월 9~15일)로 일주일 차이가 있다. 단 제품 주문시 특정 생산 국가나 생산 시점을 지정하지는 않았으며 제품은 무작위로 배송된다.
■ 오버클록 위해 고성능 제품으로 테스트 PC 구성
프로세서 오버클록에는 발생하는 열을 충분히 식힐 수 있는 적절한 냉각장치, 프로세서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메인보드,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공급장치 등이 필요하다.
이번 검증은 이런 필요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고성능 수랭식 냉각장치와 인텔 K 시리즈 프로세서의 오버클록 기능을 지원하는 최고사양 메인보드, 열전도율이 높은 서멀그리스, 고용량 전원공급장치 등을 동원했다.(구체적인 시스템 구성은 기사 하단 '시스템 구성' 참고)
오버클록은 메인보드 UEFI 메뉴에 내장된 기능을 이용해 클록 배수와 전압 등을 증가시키며 모든 코어가 정상 작동하는 최고 클록을 찾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메모리 클록은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최고 수준인 DDR4-2933으로 설정하고 오버클록은 진행하지 않았다.
■ 모든 프로그램 오류 없이 실행시 '성공'으로 판정
어느 정도 수준을 '오버클록 성공'으로 볼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윈도 부팅 이후 벤치마크 프로그램 실행가능시 '오버클록 성공', 혹은 고부하 프로그램에서 간헐적인 오류가 발생하지만 게임 등이 정상 실행되는 경우 '오버클록 성공'으로 판정할 수 있다.
이번 검증에서는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윈도10 부팅 뿐만 아니라 프로세서 성능 측정 프로그램인 긱벤치5(GeekBench 5) 3회 실행, 수치 연산 소프트웨어인 프라임95(Prime 95) 스트레스 테스트 1시간 실행 등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1차 기준으로 삼았다.
위 기준을 통과한 시점에서 다시 프로세서에 과부하를 주는 리얼벤치(RealBench) 1시간(30분×2회) 실행, 그래픽 성능 비교 프로그램인 UL 퓨쳐마크 3D마크 '타임스파이 스트레스 테스트' 20회 등 모든 테스트 프로그램이 오류 없이 정상적으로 실행될 경우 '오버클록 성공'으로 간주했다.
■ '어벤져스 한정판', 더 낮은 전압에서 오버클록 성공
코어 i9-10900K 프로세서 2개를 오버클록한 결과 두 제품 모두 50배수(5.0GHz) 설정시 모든 코어가 5GHz로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특히 어벤져스 한정판은 예상과 달리 기존 제품(1.400V) 대비 0.02V 낮은 1.380V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작동 전압이 낮을수록 소모 전력과 프로세서에 가해지는 부하도 감소하며 장시간 구동시 더 안정적이다. 따라서 어벤져스 한정판의 오버클록 특성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이 외 전압에서는 윈도10 부팅과 긱벤치5 실행에는 성공하지만 프라임95 테스트시 약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치명적인 오류'를 알리는 블루스크린 현상, 혹은 시스템 멈춤 후 재부팅이 일어난다. 따라서 안정적인 오버클록에 실패한 것으로 처리했다.
또 클록 배율을 51배수(5.1GHz)로 올리자 두 제품 모두 정상 작동에 실패했다. 프로세서 수명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전압을 1.45V까지 올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한정판과 일반 제품 사이 유의미한 차이 없어
이번 본지 검증에서는 어벤져스 한정판이 기존 유통 제품보다 더 낮은 전압으로 모든 코어에서 5GHz 오버클록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인텔이 어벤져스 한정판에 오버클록 특성이 뒤떨어지는 제품만 선별해 투입한다'는 일부 주장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기존 유통 제품과 어벤져스 한정판 사이의 유의미한 기능적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버클록 성공 여부는 같은 모델명을 매긴 프로세서라 해도 각 국가별 프로세서 생산 공정이나 주차, 혹은 프로세서 재료인 실리콘이나 웨이퍼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인텔과 AMD 등 프로세서 제조사가 일부 특수한 제품을 제외하고 일정 수준의 오버클록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프로세서를 대량 매입해 선별한 후 판매하는 미국 업체인 '실리콘 로터리'는 "올해 8월 18일까지 테스트한 코어 i9-10900K 프로세서 중 모든 코어가 5.0GHz로 작동하는 제품은 전체의 약 47%, 모든 코어가 5.1GHz로 작동하는 제품은 전체의 약 21%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텔은 오버클록 정책에 대한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인텔은 가능한 오버클록킹 클록스피드에 대해 보장하거나 정확한 수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작동 클록과 전압을 바꿀 경우 시스템 성능이나 안정성에도 나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오버클록으로 인한 제품 손상은 제품 보증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성능을 갈망하는 소비자를 위해 각종 오버클로킹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제공하지만 오버클록킹에는 위험 요소가 항상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스펙을 벗어나서 제품을 구동하도록 권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 참조 : 검증용 시스템 구성
프로세서 : 인텔 코어 i9-10900K (기존 제품/마블 어벤져스 한정판)
메인보드 : 에이수스 ROG 막시무스 Ⅻ APEX (인텔 Z490, 전원 16페이즈)
메모리 : PNY XLR8 8GB (DDR4-3200) × 2 (16GB, DDR4-2933 설정)
그래픽카드 : PNY 지포스 RTX 2060 슈퍼 XLR8 게이밍 OC 에디션
냉각장치 : NZXT 크라켄 X73(KRAKEN X73, 최고 냉각성능으로 설정)
SSD :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20 1TB (NVMe, PCIe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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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공급장치 : 한미마이크로닉스 퍼포먼스Ⅱ 850W
운영체제 : 윈도10 프로페셔널 (버전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