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물량공세로 '자바전쟁' 우군 모았다

블룸버그 보도…"법정조언 60여 그룹 중 상당수에 자금지원"

컴퓨팅입력 :2020/10/07 16:07    수정: 2020/10/07 17:2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기의 ‘자바 전쟁’ 최종 승부를 앞둔 구글과 오라클이 엄청난 물량 공세를 쏟아붓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법정조언자(amicus curiae)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금을 투입했다. 

블룸버그는 "두 회사가 대법원 규칙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의견이 제출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회사가 대법원에 제출한 법정조언자 의견은 6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규모는 통상적인 대법원 소송 때 제출되는 평균 의견 건수의 4배 수준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법정조언자란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소송에 이해 관계가 있는 제3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해 최종 판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미국 연방대법원)

블룸버그 "사건과 직접 관련없는 자금지원 공개 의무 없는 허점 이용"

구글과 오라클 간의 자바 저작권 소송 상고심은 오는 7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린다. 연방대법원 상고심은 한 차례 구두 변론으로 끝난다. 구두 변론 이후 9명의 대법원 판사들이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최종 판결이 언제쯤 나올 지는 알 수 없다.

두 회사간 상고심은 당초 지난 3월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10월 7일 열리게 됐다.

이 자리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기 위해 자바 API를 가져다 쓴 것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법정 공방에선 직접 당사자의 변론 못지 않게 법정조언자들의 의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송을 위해 두 회사는 수 십 개 외부 그룹들로부터 법정조언자 의견을 확보했다. 그런데 법정조언자 중 상당수는 두 회사 중 한 곳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과 오라클 두 회사가 제출한 법정조언자 의견은 60건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는 일반적인 대법원 소송의 4배에 이른다.

법률전문가들은 제3자 관점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기술한 법정조언자들의 의견은 대법원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물론 두 회사 중 어느 곳도 법정조언자를 확보하는 과정에 대법원 규칙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 규칙에 허점은 존재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특정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자금 지원에 대해선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 대법원의 규칙을 이용해 법정조언자 의견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을 위해 법정조언자 의견을 제출한 그룹 중 최소 14곳이 구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클을 위해 법정조언자 의견을 제출한 곳 중 자금 지원을 받은 곳은 7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첫 시작…10년째 엎치락 뒤치락 승부 

지난 2010년 시작된 두 회사간 자바 소송은 사상 유례 없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열띤 공방을 펼쳤다.

첫 포문은 오라클이 열었다. 2009년 자바를 만든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은 이듬해 곧바로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면서 자바 API 37개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해 본 경험이 있던 윌리엄 앨섭 판사는 “(API는) 미리 규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긴 명령어 위계구조”라면서 “따라서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실리콘밸리 대다수 프로그래머들은 이 의견에 동의한다. 전자프론티어재단(EEF)을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자바 API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고 판결한 것. 다만 항소법원은 한 가지 유예 조건을 붙였다. 자바 API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는 다시 논의해보라면서 사건을 1심법원으로 환송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사진=씨넷)

여기서 소송은 ▲저작권 침해 ▲공정이용 두 개로 나눠졌다.

항소법원 판결이 나온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해선 구글이 연방대법원에 상고신청을 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상고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글의 자바 저작권 침해는 최종 확정됐다.

관건은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한 것이 저작권법 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공정이용이 인정될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더라도 배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

여기서 구글은 또 다시 반전 드라마를 썼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샌프란시스코 지원은 2016년 5월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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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정이용 건도 또 다시 항소법원에서 뒤집어졌다. 2018년 3월 항소법원은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공정이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오라클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이번엔 구글이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연방대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세기의 자바전쟁 마지막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