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또 패소… 법원 "동영상·사진 안돼도 페북 문제없다”

이용제한 행위는 인정…텍스트 등은 가능해 현저한 피해 아니야

방송/통신입력 :2020/09/11 17:21    수정: 2020/09/12 22:28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와의 2심 소송에서도 이겼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 이원형)은 11일 오후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제기한 방통위의 행정처분 취소에 대한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부터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 ‘이용제한’과 ‘현저성’이 2심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법원은 이용자 이익 침해에 대한 행정처분이 유효하지 않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이용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 ▲현저성 해당 여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관련 규정이 시행되기 이전도 처분할 수 있는지 여부 등으로 요약했다.

■ 페북 접속경로 임의 변경은 ‘이용제한’

우선 법원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 변경 행위에 대해서는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의 법무 대리인 김앤장 측은 사전적인 표현에 따라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 도는 그렇게 정한 한계’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페이스북이 국내 소재 IDC나 페이스북 홍콩서버 접속경로에서 미국과 홍콩 등지로 임의로 돌리면서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생겼을 뿐 서비스를 전혀 쓰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제한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의 경쟁제한을 사례로 들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일례로, 대법원이 경쟁제한성을 두고 상품의 특성과 소비자의 선택기준, 시장과 사업자 경쟁에 미치는 영향, 가격 등에 결정을 미치는 우려를 개별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또 다른 법률에서도 쓰이는 ‘제한’의 표현이 한도나 한계를 정해야 하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개념요소가 아니라 이용은 가능하지만 이용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결한 것이다.

■ “SNS 사진 동영상 못해도 현저하지 않다”

재판부는 현저성 쟁점을 두고 현저성이 별도의 요건인지, 또한 페이스북의 임의변경 행위가 현저성에 해당하는지로 나눠 판단했다.

현저성은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쟁점이 된 사안이다.

재판부는 현저성이라는 것이 이용제한 의미를 해석하는 법 조항과 시행령에 모두 명시돼 있기 때문에 현저성을 별도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이 이용자에 불편을 끼친 행위는 현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저성이 있냐고 볼 때 상식적으로 중한 것을 현저하다고 하고,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전기통신서비스 특성과 ISP와 CP의 관계, 이용자에 미치는 영향 정도, 사업자가 위반행위 결과를 인식하는 정도로 개별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전후로 접속이 잘 안 된다고 보는 지표인 응답속도가 저해되긴 했지만 주로 동영상, 사진 콘텐츠의 불편함으로 보이고 게시물 작성과 열람, 메시지 발송 등의 서비스는 접속경로 변경에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민원건수가 증가한 것은 주관적으로 객관적 근거로 보기에 어렵고 인터넷망 서비스의 품질을 엄격한 기준을 쉽지 않으며 CP의 법적 책임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현저성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원고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의 주요 서비스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인데 메시지 발송이나 텍스트 게시물 작성만 가능하고 동영상과 사진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쓸 수 없어도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에 대해 향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 당시에도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단순히 접속이 지연된 경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핵심 서비스인 동영상과 사진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고, 재판부의 판단은 SNS의 성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실인정의 오류가 중대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판결 직후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법원 판결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는 있지만 만약 자동차를 구입했는데 주행은 못하지만 시동이 걸렸으니 제품에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발언”이라면서 “SNS 이용에서 사진, 동영상과 일반 게시물을 구분하는 근거도 이해하기 어렵고 이런 판결은 앞으로 자주 일어날 분쟁 사례에서 재판부가 법의 예측가능성을 무너뜨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 1심이 인정한 행정처분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인정한 방통위의 행정처분 유효성에 대한 부분을 기각했다.

페이스북의 일으킨 이용자 피해 행위가 일부 법 시행 이전에 포함돼 있고, 방통위가 소급 적용한 것은 정당한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당초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사건을 처분했는데 50에 대해 처분해야 하는데 100을 적용해 처분했다”며 “법원으로서는 재량권 남용 여부만 판단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본다면 과징금 3억9천600만원인데 2억원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페이스북이 일으킨 잘못 전체는 100으로 보고, 이 가운데 법 시행 이전을 50으로 비유해 설명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8일부터 SK브로드밴드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이용자 피해를 일으켰다. 또한 페이스북은 이듬해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도 변경했다. 접속경로 고의 변경에 따른 이용자 이익 침해에 대한 행정처분의 법적근거는 2017년 1월30일부터 시행됐다.

방통위의 당시 행정처분은 페이스북이 이용자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2017년 6~7월까지 접속경로를 변경했고, 이에 대한 매출 근거 과징금을 적용할 수 없어 정액 기준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반년 동안에 걸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접속경로를 변경한 한 달여 동안은 법 시행 이전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1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봤다.

방통위가 향후 항소할 경우 당초 주요 쟁점이었던 이용제한, 현저성과 함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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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페이스북이 LG유플러스 인터넷서비스 가입자에 끼친 불편까지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행위 자체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권을 두고 판사가 50과 100으로 비유하며 과징금 액수를 언급한 것은 과한 해석이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