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미디어토닉 '폴가이즈', 게임으로 즐기는 왁자지껄 운동회

디지털경제입력 :2020/09/04 12:26

미디어토닉이 개발한 폴가이즈: 얼티밋녹아웃(이하 폴가이즈)는 지난 여름 게임 시장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이다. 8월 초 출시 후 판매량이 치솟은 것은 물론 게임 흥행의 척도로 자리잡은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전체 방송시간이 리그오브레전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규칙만 보면 폴가이즈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생김새만큼이나 무척이나 단순하다. 출발점을 달려나가 각종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피해가면서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이 전부다. 캐릭터를 제압한다거나 파괴한다는 개념이 전혀 없는 선착순 배틀로얄이라 하겠다.

이런 구성은 여러 참가자가 대형 장애물로 구성된 세트를 통과하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과정을 그렸던 90년대 초반 일요일 오전에 방영됐던 국내 TV 프로그램 '열전 달리는 일요일'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이 게임을 개발한 제작진들도 폴가이즈의 모티브가 '열전 달리는일요일'의 원작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일본 TBS의 '풍운 타케시성'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폴가이즈 얼티밋녹아웃 메인이미지.

이런 점만 본다면 폴가이즈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장애물로 구성된 대형 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쳐나가는 과정을 경험하거나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콘텐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오래 전부터 대중에게 전해져왔으며 게임 시장에서도 '파티게임 장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제작진은 이런 친숙한 콘텐츠에 매우 단순한 변수 하나를 더해 재미를 극대화했다. 많아야 서너명이 경쟁하던 기존 파티게임 장르의 틀을 넘어 배틀로얄 장르처럼 수십 명의 사람이 한 번에 경쟁하는 방식을 더한 것이다.

조작방식이 이동과 점프, 다이빙, 잡기 정도로 간소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스테이지 통과와 탈락 기준이 매우 뚜렷해 단순히 장애물 패턴만 익히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플랫폼 게임으로 머물 뻔 했던 폴가이즈는 수십 명이 동시에 경쟁한다는 개념이 하나 더해지면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됐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폴가이즈에는 잡기 개념이 존재한다. 즉 내 주변에서 결승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들과의 경쟁이 장애물 패턴에 대한 익숙함이나 최단 루트 공략 등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늘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당탕탕'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광경이 게임 내내 펼쳐진다.

인상적인 것은 이 과정이 불쾌하지 않고 유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탈락하더라도 다른 게임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어 탈락에 대한 중압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파스텔 톤의 오브젝트 및 스테이지 디자인과 발랄한 느낌을 강조한 배경음악과 사운드 역시 피로감을 낮추는데 일조한다.

폴가이즈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최근 대작 게임들이 뛰어난 그래픽이나 강렬한 서사를 강조하며 사실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폴가이즈는 정반대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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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장기흥행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더욱 다양한 스테이지를 얼마나 꾸준히 업데이트 할 수 있는지를 아직까지 개발사가 증명하지 못했으며 PC 버전의 경우는 핵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며 개발사의 대응능력도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결국 폴가이즈 역시 운영 능력에 따라 반짝 흥행하고 마는 게임에 그칠 것인지 장기 흥행에 성공하는 게임이 될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있는 셈이다. 뒤뚱거리며 달려나가는 알록달록한 캐릭터들을 앞으로 오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