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태양광 발전하는 시대 온다

한전·에기연·SK건설 등 개발 박차…"주택용 태양광 주류될 것"

디지털경제입력 :2020/09/04 11:30    수정: 2021/01/25 10:29

패널을 설치하기 위한 넓은 땅이 없어도 태양광 발전(發電)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기술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개별 가정의 창문이나 벽에 패널을 붙여 발전을 하는 기술이 특히 주목받는다.

대규모 기업형 태양광 발전과 달리 비용이 싸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각 가정에서도 쉽게 발전할 수 있으며, 당연히 전기요금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발전한 전기를 팔거나 저장해두고 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정부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업계는 창문형 혹은 벽 부착형 태양광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pixabay

"더 얇고 넓게"…태양전지, 옥상·외벽 넘어 창문으로

한국전력은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인 유니테스트와 함께 건물 외벽과 창문에 부착하는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사업화에 착수했다. 기반 기술은 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이 기술은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고온 가열·진공 공정이 필요없다는 게 장점이다. 1천도(℃) 이상의 고온을 이용해 제작되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유리창호형 태양전지는 5분의 1인 200℃ 이하의 공정을 사용해 생산비가 저렴하다. 

빛을 전기로 변환하는 효율도 실리콘 전지와 비슷하다. 태양광을 설치할 땅이 부족하고 고층 건물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에도 매우 적합하다. 20층 빌딩에 설치하면 200킬로와트(kW)급 이상의 규모로 연간 210톤(t)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한전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사진=한국전력공사

다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사업화를 위해선 최소 10센티미터(cm)×10cm 이상의 크기 모듈 제작이 필요한데, 한전은 현재 2.5cm×2.5cm 면적 기술만을 가지고 있다. 모듈 면적을 넓히는 기술을 보유 중인 유니테스트와 협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전 관계자는 "사업화에 성공하면 유리창호형 태양전지의 설치가 쉽고 공간 제약이 크지 않은 장점을 활용해 창고·공장·주차장 지붕·자동차 선루프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용화 목표 시점에 대해 묻는 질문엔 "아직 개발 완료 시기에 대해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도 유연성과 투과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양면수광형 CIGS 박막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구리·인듐·갈륨·셀레늄 등 4개 원소의 화합물을 유리·플라스틱 기판에 붙여 태양광을 흡수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 역시 실리콘보다 변환 효율이 높다.

면적을 크게 키워야하는 한전의 유리창호형 태양전지와의 차이점은 과연 얼마나 얇게 만들 수 있느냐다. 에기연에 따르면 연구팀은 최근 수백 나노미터 수준으로 얇게 만들면서도 효율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핵심소재와 공정에 대한 원천기술로 신규 고부가가치 태양전지 제품 생산과 차세대 응용 분야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폐되는 창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구현해 시연하는 모습. 사진=SK건설.

'분산전원' 확대 따라 주택용 전력 판매규제 풀릴까

건설업계도 태양광·창호 업계와 손잡고 창문형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SK건설은 태양광창호 제조사 알루이엔씨, 창유리 가공업체 국영지앤엠과 '공동주택 창문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개발했다.

SK건설의 연구·개발(R&D) 오픈 플랫폼 성과인 이 시스템은 열고 닫을 수 있는 창호에 태양광 설비를 적용, 주택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발전 기능과 차양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K건설 관계자는 "외부 조망을 고려해 박막형 태양광 패널을 사용했다"며 "창문이 설치되는 위치에 따라 투과율을 10~30%까지 선택해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연동된다.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확인할 수 있어 똑똑한 전력소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한 특허 출원도 마쳐 상용화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사진=Pixabay

주택용 태양광 전력을 한전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에 속도가 붙으면서 업계는 주택용 태양광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지역별로 소규모 발전설비인 분산전원을 장려해 주택용 발전 전력의 판매 규제가 얼만큼 해소될 지 여부도 관건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의원은 지난달 발전용량 10kW 이하 일반용 발전설비에 대해서도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기사업용과 자가용 전기설비로 제한됐던 전력판매 가능 설비에 주택용 태양광과 같은 일반용도 포함하자는 게 핵심이다.

관련기사

송 의원은 "다른 발전설비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한전에 정식으로 판매될 수 있는데, 일반용 설비만 전력을 팔지 못하고 제공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며 "국민 개개인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참하는 뜻에 대한 정당한 대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화큐셀·LS전자·LS일렉트릭(구 LS산전)·해줌 등 주택용 태양광 대여업체가 관련 기술을 적용해 제품화에 나설 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용 태양광은 앞서 2000년대 중반부터 기술개발이 진보해 2010년대부턴 '베란다형 태양광' 등의 등장으로 전국 보급 확대를 이뤘다"며 "전기사업법 개정과 맞물려 면적·두께와 같은 한계점이 극복되면 창문형 태양광도 충분히 주류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