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딥러닝 등 AI 원천기술 개발로 국가경쟁력 점프업"

[ETRI 7대 AI 실행전략 분석] ① 4대 핵심기술 선제적 확보

컴퓨팅입력 :2020/08/27 11:42    수정: 2020/08/28 11:44

  •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AI를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2월 'AI국가 전략'을 발표하며 AI 일등국가 도약에 나섰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AI 강국은 산학연관이 혼연일체가 됐을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방향타 역할을 하는 국가출연연구소(출연연) 역할이 중요하다. 25개 정부 출연연 중 유일하게 ICT 분야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정부의 AI강국 전략에 맞춰 '7대 AI 실행전략'을 마련, 시선을 끌고있다. 우리나라가 AI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한 축을 담당할 ETRI의 7대 AI실행전략은 ▲AI핵심 기술 선제적 확보 ▲AI반도체 및 컴퓨팅 시스템 기술경쟁력 강화 ▲네트워크 및 미디어 콘텐츠 미래 기술 선도 ▲AI개방형 플랫폼 제공 확대 ▲AI전문인력 양성 ▲산업 및 공공 AI활용 기술연구 개발 및 적용 ▲AI로 인한 기술 및 사회적 역기능 방지 등이다. ETRI의 7대 AI 실행전략을 일곱차례로 나눠 분석한다.(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은 학습, 추론, 인지, 이해와 같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기계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1950년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후 서서히 진화했다. 2000년대 들어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발전하면서 급격한 기술 진보를 이뤘다. 특히 2016년 3월 이뤄진 이세돌과 구글AI간 바둑 대결은 사람들에게 AI를 인식시키는 큰 계기가 됐다.

페이스북 등 일부 영역에서 사람 능가 AI기술 선보여

이미 AI는 일부 영역에서 사람을 능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람보다 사람의 얼굴을 더 잘 판별하는 이미지 인식 AI 기술을 개발해 자사 SNS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고, 구글은 AI 기술로 타사보다 월등한 성능의 검색, 번역, 개인비서(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가전,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면서 보다 편리하고 똑똑한 제품과 서비스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딥러닝은 AI 기술에 큰 진보를 가져왔다. 이 분야 대가인 안드레이 카패시의 소프트웨어 2.0 개념을 보면 딥러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소프트웨어 1.0'은 프로그래머가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파이썬, C++ 등 컴퓨터 언어로 한 줄 한 줄 명령해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딥러닝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2.0'은 이와 다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최고 성능으로 얻을 수 있는 '뉴럴 넷(Neural Net)'의 입력 변수와 가중치를 찾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2.0'에서는 도메인 지식이 적어도 충분한 데이터만 있으면 (단어 순서 변경) 문제를 풀기 위한 정교한 프로그램을 사람(프로그래머)이 직접 짜지 않아도 된다.

AI는 귀납적 방식...근본적 한계도 있어

현재 적용하고 있는 딥러닝 기술은 AI를 빠르게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귀납적 방식이라는 특성상 몇 가지 근본적 한계도 갖고 있다.

ETRI의 7대 AI 실행전략과 3대 목표.

첫째, 현실의 복잡한 문제일수록 많은 자원, 즉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는 필요한 목적에 따라 충분한 양을 수집하고 학습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레이블로 달아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의존도가 높고 적대적 데이터에 취약하다. 즉, 학습데이터에 의해 신경망의 가중치가 결정되므로 편향되거나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 잘못된 모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셋째, 복잡성이 높고 데이터에 의해 가중치가 정해지다 보니 모델과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결과가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 직관적 판단도 쉽지 않다.

넷째, 적용 도메인에 의존도가 높은 블랙박스 형태여서 특정 문제를 위해 설계된 AI 모델은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 어렵다. 또 과거와 현재 상황에 국한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딥러닝 한계로 아직은 인공지능이 독자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되기보다 기존 서비스나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인간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추세다.

세계 선도국들은 딥러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AI 기술과 인간과 협업하는 AI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언어지능과 시각지능, 학습지능, 음성지능 등 개별지능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안전하게 동작하게 하는 자율지능에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국내 ICT 발전을 견인해온 ETRI도 지난해 4월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며 AI 분야 선점에 적극 뛰어들었다. 세계적 원천 기술 개발로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이미 ETRI는 2013년부터 '엑소브레인'이라는 AI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엑소브레인'은 다양한 텍스트 정보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진이다. 여러 기업에서 이를 기반으로 AI기술을 상용화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어 음성인식 엔진을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중통역을 제공하는 ‘지니톡(Genie Talk)’도 개발, 기업과 함께 상용화했다. 특히 2014년부터 연구해 온 시각지능 기술 '딥뷰(Deep View)'는 지난 2017년 열린 '국제 영상인식 대회' 사물검출 분야에서 세계 2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 AI응용기술과 빅데이터 플랫폼 기술도 개발 추진

ETRI는 국가 AI경쟁력을 끌어올린 7대 AI 실행전략 중 첫번째로 차세대 AI를 선도하는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걸로 정했다. 즉,  ETRI는 차세대 AI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포스트 딥러닝 기술 ▲인간-AI 협업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AI 응용과 빅데이터 활용 확대를 위해 ▲자율지능 시스템 구현을 위한 AI 핵심 응용기술 ▲빅데이터 플랫폼 기술도 개발한다.

이들 4가지 기술 중 '포스트 딥러닝 기술'은 기존 대용량 데이터 기반 딥러닝 기술의 한계를 넘어 인간에 보다 가까운 방식으로 학습하고 인지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범용적인 차세대 AI 원천기술이다.

세계 AI 선도기관들은 모두 현재의 협소하고 제한된 AI 기술에서 벗어나 복합적으로 사고 및 추론하고 성장하며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범용적인 AI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TRI는 단일지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이를 일반화해 언어, 청각, 시각 등 다중 입력 정보를 인지하고 분석하며 판단하는 '복합지능'을 개발하는데 주력한다.

또한 공간적, 시간적 변화를 반영하고 스스로 적응하는 ‘자가성장형 지능’, 통계 기반 예측이 아닌 일반상식에 기반한 추론형 문제 해결이 가능한 ‘상식추론형 지능’, 결과 도출의 과정과 판단 근거를 설명하고 설득 가능한 ‘설명 가능한 AI’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두 번째, ‘인간-AI 협업 기술’은 인간과 AI가 의사소통하고 헙업하며 인간이 AI를 보다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즉, 언어, 청각, 시각 등 감각(modality)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인간을 이해하고 교감하면서 AI에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동시에 외부 공격이나 오작동의 위험을 낮추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ETRI는 인간처럼 보고, 듣고, 읽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인지하는 ‘복합 Conversational AI’, 사용자 감정과 감성을 고려한 ‘교감형 의사소통 AI’, 오작동 및 적대적 외부 공격에 강건한 ‘신뢰성 있는 AI’ 개발에 나선다.

세 번째, ‘자율지능 시스템 구현을 위한 AI 핵심 응용 기술’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 자율이동체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안전하게 동작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기술이다.

ETRI는 ‘복합지능’과 ‘자가성장형 지능’, ‘인간-AI 협업 기술’ 등 원천기술을 집약해 도로나 로봇, 드론의 비행 등 환경에 자율적으로 적응하면서 분산형 클라우드와 엣지(edge)를 기반으로 다른 자율체와 정보를 공유하는 협업형 자율체 지능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네번째, ‘빅데이터 플랫폼 기술’은 데이터 활용성을 강화하고 데이터 처리에 따른 자원 투입을 효율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대전에 있는 ETRI 본원 전경.

그동안 클라우드 기반 중앙 집중식으로 이뤄지던 빅데이터 분석이 기술발전에 따라 최근에는 엣지 디바이스를 통한 AI분석으로 활용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 단말에도 탑재 가능하도록 복합 데이터 분석 모델을 경량화하고 단말 간 또는 AI 객체 간 서로 협업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도메인 분석 전문가가 분석 모델을 구축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므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단계에서 인력 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ETRI는 ‘데이터 분석 모델 경량화 기술’, ‘액티브 협업 AI 기술’과 데이터 규모 문제나 불균형, 오류 등과 같은 ‘데이터 한계 극복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데이터 환경의 요구를 수용하고 외산 비중이 높은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국산화하는데 기여할 방침이다.

ETRI는 이들 AI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북미 등 글로벌 기관과 국제협력도 적극 추진한다. 딥러닝 분야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가 이끄는 캐나다 몬트리얼의 밀라(Mila) 연구소가 그 중 하나다. 휴먼 레벨(Human Level) AI를 추구하는 밀라 연구소와 ETRI는 공동연구를 통해 차세대 AI 기술확보를 위해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KT, 현대중공업지주, KAIST, 한양대와 함께 ‘AI 원 팀(AI One Team)’을 이뤄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AI 기술개발에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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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근 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은 "대한민국 ICT를 이끌어온 ETRI가 45년간 축적해온 연구 및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AI 기술을 선도하겠다"면서 "국내 AI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