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종이컵에 둥근 삼성 오디세이가 그려지게 된 사연

[인터뷰] 삼성전자 VD 사업부 송준호 프로·종이컵 아티스트 김수민 작가

홈&모바일입력 :2020/07/14 09:00    수정: 2020/07/14 10:23

“종이컵도 오디세이 모니터처럼 둥그니까!”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송준호 프로는 여느 날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물을 구경했다. 그러다 김수민 작가의 ‘투표 독려! 종이컵으로 기표소를 만들어 보았다’ 동영상을 보게 됐다.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신제품 마케팅을 맡고 있던 송준호 프로는 둥근 종이컵을 캔버스 삼아 남다른 작품을 만드는 종이컵 아티스트 김수민 작가의 영상을 보자마자 종이컵 아트를 통해 둥글게 휘어진 모니터 곡률을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다.

김수민 작가의 '투표 독려! 종이컵으로 기표소를 만들어 보았다' 동영상 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투표 독려 영상을 인연으로 삼성 오디세이와 김수민 작가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됐다. 종이컵에 모니터 곡률을 표현한 이 협업 영상은 14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13만회를 넘어설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모니터는 평평하다? 종이컵만큼 둥글다!

이번 협업을 진행한 송준호 프로는 “오디세이 G9·G7 국내 출시를 앞두고 제품 특징인 1000R 곡률을 알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때였다”며 “둥그런 종이컵에 모니터를 그리면 자연스럽게 커브드 모니터가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출시한 오디세이 G9(49형)과 오디세이 G7(32·27형)은 세계 최고 곡률인 1000R QLED 패널을 장착한 와이드 스크린 모니터다. 오디세이는 ‘극한 모험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담은 삼성전자의 게이밍 전용 통합 제품명이다.

삼성전자 VD 사업부 글로벌 PM그룹 송준호 프로(왼쪽), 종이컵 아티스트 김수민 작가 (사진=삼성전자)

입사 첫해부터 13여 년 동안 모니터만 담당했다는 송 프로는 1000R 모니터를 선보이기까지 여정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4000R 모니터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1000R 곡률 오디세이 G9·G7를 내놓았다. 모니터 곡률은 R 값이 작을수록 많이 휘어진다.

송준호 프로는 “서울대병원 안과 전문의 김성준 교수 연구팀과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 등이 커브드 모니터가 시각적으로 더 편안하다는 임상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며 “1000R은 사람의 눈이 보는 곡률”이라고 강조했다.

■ “커브드 모니터이기에 가능한 작업”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일을 같이했다고 느끼지도 못할 만큼 터치가 없더라고요.(웃음) 하고 싶은 대로 하래요.” 김수민 작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삼성과의 협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럼에도 커브드 모니터의 곡률을 종이컵 곡면에 창의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2분 42초 동영상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꼬박 넘게 걸렸다. 영상 속 종이컵 작품은 커브드 모니터 콘셉트에 맞게 둥글게 장면을 표현해 360도로 전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형식이죠. 지금까지는 종이컵 겉에만 그림을 그리던가, 안에 그린다고 해도 한 쪽만 그렸어요. 이번 작품은 사진을 한 장 찍어서는 모든 걸 표현할 수 없는 형식이잖아요. 커브드 모니터여서 가능했던 작업이기도 하고요. 

또 김수민 작가는 “모니터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전자제품은 그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인물을 창조했다”며 “단순히 게임을 하는 유저가 아닌 게임 속에 있는 것처럼 능동적인 캐릭터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종이컵 속 인물이 마치 실제로 게임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종이컵 바깥 부분은 주인공이 모니터로 게임을 하는 현실이라면 종이컵 안쪽은 주인공이 실제로 레이싱을 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 “32:9 화면비 게임 생태계 확대될 것”

종이컵 속 인물은 각각 레이싱 게임과 슈팅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유가 있다. 오디세이 G9은 32:9 화면비로 27형 모니터를 나란히 놓은 듯한 모양새인데, 32:9 비율 모니터는 레이싱처럼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하는 게임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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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드 모니터의 곡률을 종이컵의 곡면에 창의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진=삼성전자)

송준호 프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부터 검은 사막, 블레이드&소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32:9 화면비를 지원하는 다양한 게임이 있다”며 “검은 사막과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을 정도로 32:9 비율 게임 생태계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송 프로는 “사실 모든 게임이 32:9 화면비를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기업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추면 콘텐츠 기업도 빠른 속도로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