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카테크] 편의 위한 ‘ADAS 유지모듈’, 안전운전 위협한다

‘주행보조=자율주행’ 인식 버려야

카테크입력 :2020/07/12 11:48    수정: 2020/07/12 14:21

주행보조(ADAS)를 자율주행으로 믿고, 별도의 유지모듈을 장착해 스티어링 휠(핸들)을 잡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장치는 안전운전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바로잡을 만한 법규가 마련되지 않았고, 완성차 업체들도 유지모듈 활용에 대한 경고 문구를 사용 설명서에 부착하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LKAS(차선이탈방지보조시스템) 유지모듈’ 또는 ‘HDA(고속도로 주행보조)’ 유지모듈‘이라고 검색하면 약 630여개가 넘는 관련 상품이 등장한다. 판매가격은 평균 15만원 정도로 한다.

티볼리 아머 LKAS 기능 실행 화면. 스티어링 휠 TRIP 버튼을 통해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차선이탈방지기능이 들어간 국내 출시 차량들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뗐을 때 15초 정도 지나면 경고음을 울리고 약 1분간 경고를 무시하면 일부 ADAS 기능을 해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유지모듈이 들어가면 순정 차량의 ADAS 경고와 강제 해제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자동조향 기능을 유지시킬 수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같은 행위는 안전운전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 요인이다.


“15초 동안 스티어링 휠 안잡으면 경고” 문구 지난해 신설


지난해 12월 31일 신설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운전자가 약 15초동안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은 활동을 지속할 경우, 운전전환요구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또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즉시 운전전환요구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앞으로 국내에 출시되는 다수의 차량들은 이같은 법규에 따라서 ADAS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달부터 3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수 있다고 허용했지만, 아직까지 업체들이 이에 맞춘 차량 출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즉, 자율주행보다는 운전자의 주행을 도울 수 있는 수준의 ADAS 장치들이 당분간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LKAS 기능이 탑재된 기아차 2017 K7. 차량 윈드쉴드에 설치된 카메라가 차선을 인식해 차량의 스티어링 휠 자동조향을 돕는다. (사진=기아차)

이 때문에 올해부터 판매되는 차량에 유지모듈을 강제로 장착시키면, 사고 시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는 제조사가 아니라 운전자 자신이 될 수 있다. 유지모듈을 장착 행위가 국내 법규와 어긋나는 행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지난해 이전부터 생산된 차량의 경우, 유지모듈 장착 후 나는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유지모듈 장착에 대한 경고문구를 당시에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법적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소비자와 제조사 간 불필요한 법적 다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전운전에 필요할 더 강력한 ADAS 경고문구 탑재해야


완성차업체들도 유지모듈 상관없이 더 강력한 ADAS 경고 문구를 탑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현대기아차 ADAS 시스템이다.

최근 출시되는 현대기아차(제네시스 포함) 신 모델 ADAS는 약 15초 동안 스티어링 휠을 안 잡으면 경고 그래픽을 클러스터로 내보낸다. 만약에 이 경고를 무시하면 경고음과 함께 더 강력한 그래픽을 내보내고 이 경고 조차 무시하면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을 해제시킨다. 일부 신차에는 여러 차례 경고를 무시해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 방식은 오히려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좀 더 강력한 경고를 줘야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다.

LFA를 포함한 주행보조 기능이 작동중인 기아차 니로 EV 실내 (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국내에 출시된 아우디 A5와 A4 등에는 혼잡구간지원시스템이라는 ADAS가 있다. 만약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해당 시스템은 약 20초만에 해당 기능을 해제시키고 급 브레이킹을 걸어준다. 운전자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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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과 일반 주행보조 기능 ‘오토파일럿’ 모두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만약에 운전자가 이 경고 기능을 무시하게 되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해당 기능을 재활성화 할 수 없다.

아직까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ADAS 실행 시 사전 경고 문구를 차량 클러스터에 내보내지 않는다. 게다가 유지모듈 장착 시 제조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도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