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가 실적 부진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타격을 입은 카메라 사업 정리에 나서기로 했다.
카메라와 렌즈 등 영상사업을 분사한 다음 일본 내 투자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에 매각하고 현미경 등 의료사업만 남기기로 했다.
JIP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일본 내 기업이나 사업부를 넘겨받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투자회사다. 일례로 2014년 5월에는 소니 PC 사업부를 넘겨받아 '바이오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올림푸스는 이미 지난 17일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올림푸스는 영상사업을 오는 연말까지 JIP에 매각한 뒤 앞으로 현미경과 의학 분야 등에 전념하는 의료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 한계점에 다다른 마이크로포서드 규격
올림푸스는 1936년부터 카메라를 만들어 온 회사다. 2008년에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새로운 센서 규격인 마이크로포서드(18.0×13.5mm) 규격과 함께 기존 DSLR 카메라와 달리 렌즈로 들어오는 상을 센서로 직접 받아들이는 미러리스 카메라인 펜(PEN) 시리즈를 세상에 내놨다.
그러나 마이크로포서드 센서는 경쟁사인 니콘이나 캐논, 소니 등이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하는 APS-C(23.5×15.6mm) 센서, 혹은 풀프레임(36×24mm) 센서에 비해 해상력이나 공간감, 저조도 화질 등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지닌다.
소니는 2013년 풀프레임(36×24mm)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7을 출시했고 캐논과 니콘 역시 각각 2018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EOS-R과 Z7·Z6를 투입했다. 심지어 '마이크로포서드 동맹'에 속했던 파나소닉도 지난 해 초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루믹스 S1·S1R로 '엑소더스'를 선택했다.
■ 日 미러리스 시장서 3위로 추락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올림푸스도 마이크로포서드 센서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투입해 왔다. 또 좋은 사진이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성능에만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결국 센서 크기에 염두를 두고 제품을 고를 수 밖에 없다.
실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되는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 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BCN에 따르면 올림푸스는 일본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2015년 제외) 매년 25%에서 30%에 이르는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캐논이 두 배 가까이 점유율을 늘리며 1위를 차지한다(31.6%). 지난 해 올림푸스의 시장점유율은 23.4%로 캐논(30.9%)과 소니(25.9%)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 코로나19로 매출 악화.."3년 연속 적자"
스마트폰이 카메라 시장을 축소시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카메라 시장도 축소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한국 내 카메라 시장 축소와 사업 부진을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범유행(팬더믹)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소비자들은 카메라 대신 원격근무와 온라인 학습에 필요한 PC와 태블릿에 지갑을 열었다. 지난 17일 올림푸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카메라 매출은 지난 해에 비해 20% 늘었다. 그러나 2월에는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4월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수준까지 떨어졌다(상단 그림 녹색 선 참조). 의료기기와 내시경 등 다른 사업의 매출이 전년도의 70%-90% 수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림푸스 역시 "영상사업은 2017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WSJ "밸류액트 캐피털, 주주이익 실현 요구"
앞으로 펜(PEN), OM-D, 즈이코(Zuiko) 렌즈 등 모든 올림푸스 영상 제품의 개발과 판매, 고객지원은 JIP 산하의 새 회사를 통해 진행된다. 올림푸스는 "이번 분사는 영상사업의 지속적 성장은 물론 소비자나 임직원에게도 최선이라는 판단 아래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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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미국 현지시간) "이번 올림푸스의 결정 배경에 주주이익 실현을 요구한 미국 펀드인 밸류액트 캐피털이 있다"고 보도했다.
밸류액트 캐피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투자회사로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씨게이트, 맥아피 등 IT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18년에 올림푸스 주식을 5% 매입하고 지난 해에는 파트너인 로버트 헤일을 사외이사로 파견해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