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년만에 '화웨이 봉쇄' 완화…무슨 사정 있나

오히려 자국기업 활동 제약 부작용…표준경쟁 한해 교류 허용

방송/통신입력 :2020/06/16 16:03    수정: 2020/06/16 17:5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이 1년 만에 ‘화웨이 봉쇄령'을 일부 풀었다. 강력한 봉쇄를 계속할 경우 5G 표준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15일(이하 현지시간) 화웨이와의 거래 전면금지 규정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관련 규정엔 서명했다. 16일 중 연방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중국표준 2035' 공세 위협적…방치 땐 표준경쟁 밀릴수도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5월이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엔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엔터티 리스트란 미국 국가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기술이나 상품 수출에 제한을 두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나 기관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상무부로선 ‘눈엣 가시’ 같은 존재인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칼을 빼든 셈이다.

이 조치 이후 화웨이는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인텔 프로세서 같은 것들을 사용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화웨이의 발목만 잡은 게 아니었다. 미국 기업들 역시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이 국제 표준 활동이었다. 화웨이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단체에 가입할 경우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메이트패드 프로 이미지 (사진=화웨이)

이런 상황은 5G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특히 심각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중국표준 2035’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표준 2035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5G 같은 통신 기술, 데이터 유통 등 차세대 주력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웨이는 이 계획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만큼 5G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표준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무부의 ‘엔터티 리스트’는 오히려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됐다. 화웨이가 한 발 앞서 자리잡고 있을 경우엔 마음대로 참여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 미국 상무부 "표준 작업에서 리더십 발휘하는 것 중요"

미국 상무부가 이번에 화웨이 봉쇄령 일부를 풀기로 한 것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때문이다. 국제 기술 표준 활동에 한 해 화웨이에 ‘엔터티 리스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무부의 조치가 발표되자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가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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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에 따르면 ITI 측은 “미국 기업이 화웨이 같은 곳에 협상 테이블을 양보해야만 하는 상황은 중국을 제외한 그 누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무부 역시 “미국이 표준 설정 작업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5G,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을 비롯한 선도 기술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