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속보다 급속?...거꾸로 가는 전기차 충전기 확대 정책

이용 패턴과 반대...공동주택 중심 충전 인프라부터 강화해야

카테크입력 :2020/06/05 08:45    수정: 2020/06/05 10:50

정부가 속도가 빠른 전기차 초급속 또는 급속 충전기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거주지 중심의 전기차 완속 충전기 정책 강화엔 소홀한 모습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을 위한 충전 방해 금지법 개정안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차 추경안에 따르면 ▲전기화물차와 전기이륜차 보급에 1천15억원을 추가하는 방안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구축에 5억원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마련됐다. 하지만 공동 주택 거주자들을 위한 완속 충전기 보급 관련 예산은 추가로 편성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전기차 사용자들의 충전 패턴 중 약 80%는 완속충전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번 충전으로 최소 380km 넘게 주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전기차가 도심 위주 주행하면 주행거리 손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급속 충전보다 완속 충전에 더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는 해마다 완속충전기 보급을 위한 예산을 줄여나가고 있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정부가 편성한 완속충전기 지원 예산은 1만2천대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 4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지원될 완속충전기 지원 예산은 8천대로 대폭 줄었다. 기간이 차이나고 코로나19 여파 등이 있었지만, 늘어나는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로 인한 충전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디넷코리아는 전기차 완속충전기 확보를 하고 싶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의 의지가 있어도, 법적인 제한 때문에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보도한 바 있다 (☞바로가기) . 급속충전기 1기를 완속충전기 10기와 똑같이 여겨 완속 충전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당분간 많은 전기차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단지 내 전기차 대수를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보내주면, 거주지 내 완속충전기 대수를 20대 정도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를 알지 못하고, 정부 스스로 전기차 홍보를 위해 이같은 정책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서울 학여울역 근처에 마련된 전기차 완속충전소 (사진=지디넷코리아)

■안정적인 배터리 충전 위해서는 완속 확보가 절실

국내 완속충전기는 보통 7kW 수준의 충전을 진행할 수 있고, 급속충전기는 최소 50kW 이상 전력을 쓰며 충전할 수 있는 구조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급속충전기 충전 시 보통 배터리 0에서 80%까지의 충전을 권장한다. 80% 이후 충전이 진행되면 배터리 과열 등의 사고를 방지를 위해 충전 전력이 단계적으로 100% 완충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리고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설치한 급속 충전기는 다음 사용자 등을 위해 한 번 최대 충전 가능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한다.

심지어 자주 급속충전을 하면 전기차 배터리 수명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여러 차례 나온 상황.

이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완속충전을 활용하면 배터리 수명 저하 우려를 덜 수 있고, 안정적으로 100% 완충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가 거주지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개념과 거의 같다.

대영채비가 제작한 전기차 완속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완속 충전기 확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이같은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예산 편성에 한 때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예산안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완속충전기 확보를 위한 예산 편성에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속 확보보다는 급속 확보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의견도 기획재정부 내에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고, 어플리케이션 활용이나 차량 내부의 충전 정보를 통해 급속충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거주지, 직장 등 마음 편하게 완속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거주지 완속충전 활성화를 위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개정안 마련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제6조 ‘충전방해행위’ 조항에는 충전 방해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구역을 ‘급속충전기’로 한정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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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급속충전시설을 이용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충전을 시작한 이후 1시간이 경과한 때까지 해당 충전구역 내에 계속 주차하면 벌금을 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을 보면 완속충전 시설 활성화를 위한 조항이 없다. 이러다 보니 일부 내연기관차량이 숙박시설이나 기차역사 주차장에 설치된 완속충전 공간을 무단 점유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도 우리나라 지자체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 있고,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선 의지를 수개월 째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