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트브에서 예비개발자들에게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한석현 한큐에시스템 대표가 올린 영상이다. '비전공자 IT 지방대 분들이 프로그래머 개발자를 도전하기 전에 가져야 할 필수 지식'이란 이름의 이 유뷰브 영상은 최근 조회 수가 10만 건을 넘었다.
한 대표는 한큐에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SW) 개발 회사 대표다. 연간 매출이 20억 원이 넘는 탄탄한 회사다. 한 대표는 개발 경력 14년차 뛰어난 개발자이기도 하다. 회사 대표임에도 평일에는 프로젝트 현장에서 개발자로 직접 일한다. 이 뿐이 아니다. 그는 개발을 가르치는 인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예비개발자와 1~3년차 개발자들에게 호응이 높다. 교육 강의는 그가 직접 설립한 학원에서 주말에만 한다.
그는 "개발자는 1~3년차가 지옥"이라며 "예비개발자를 확실히 슈퍼 신입(개발자)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그의 개발자 강의는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생선처럼 싱싱하다는 평가다.
회사 대표에 개발자이면서 인기 강사인 그는 조만간 '작가'로도 데뷔한다. "개발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며 이와 관련한 책을 쓰고 있다. 그 자신이 부자 개발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들어 그는 유튜브도 개설했다. 코너 이름이 '개발도 하는 한대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 대표를 만나봤다. 그의 사무실과 개발자 교육 학원은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인근에 있다.
=유튜브 반응이 어떤가. 유튜브를 개설한 이유는
"올해 초에 개설했다. 코너 이름이 '개발도하는 한대표'다. '개발자의 생존 전략'이라는 세미나를 몇년전부터 해오고 있다. 예비개발자와 개발 1~3년차가 주 대상이다. 현재까지 세미나 누적 수가 70회가 넘는다. 이 세미나를 좀 더 알리고 싶어 유튜브를 개설했다."
=첫 세미나는 언제 했나? 당시 반응은
"2016년초다. 장소는 홍대 근처 토즈였다. 10명 정도가 참석했다. 내 인생의 첫 세미나였다. 두시간 반 정도 강의했다. 첫 세미나를 들은 사람들이 네이버 카페에 좋다고 소문을 내 두번째 세미나에는 40명이 왔다. 당시 공고 게시 두 시간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한큐에자바라는 컴퓨터 학원도 설립했다. 세미나를 하다 학원을 설립한 이유는
"세미나를 들은 수강생들이 요청해서다. 첫 세미나 이후 반응이 좋아 세미나에 계속 청강생이 몰렸다.
어떤때는 한번에 150명 이상이 참석한 적도 있다. 세미나를 들은 사람들이 줄기차게 상설 학원을 요청했다. 평일에는 내가 개발자로 일해야 하기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운영하는 개발자 대상 컴퓨터 학원을 열었다. 현재 강의하고 있는 클래스는 6개반이다."
=개발 경력이 어떻게 되나. 개발 실력은?
"2007년부터 했다. 이제 14년차다.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하지만 공부를 거의 안했다. 유튜브에서도 공개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D를 받았다. 뒤늦게 컴퓨터에 눈을 떴다. 본격적으로 공부 한 게 30살때부터다."
=개발자를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며 책을 쓰고 있다던데
"지난 14년간 많은 프로젝트 현장에서 수많은 개발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부자 개발자가 한명도 없더라. 내가 제일 많이 벌었다. 나는 지금 회사 대표지만, 고액을 받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개발자로 억대를 받은 적도 있다. 개발자들이 부자가 되는 법을 알고 있다. 이걸 알려주고 싶다. 연내 책이 나올 거다."
=예비개발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학점관리나 휴학보다 빨리 졸업하라고 한다던데
"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예비개발자들은 휴학이나 편입보다 빨리 대학을 졸업하는게 낫다. 경제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거다. 예비개발자를 고용하는 중소 SW개발기업은 대부분 학점을 안본다. 이들이 학점 떼어오라고 한 걸 본 적이 없다. 대신,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악착같이 본다. 회사 입장에서는 학점보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신입 개발자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으면 더 빨리 중급 개발자가 될 수 있고, 기업은 그만큼 더 많은 단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벌려면 빨리 졸업을 하는게 낫다. 편입도 불필요하다. 일부 좋은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기업(SW개발) 입장에서 모두 (수준이) 같다. 휴학과 편입으로 졸업 시간을 늦추면 늦출 수록 경제적인 면에서 손해다."
=개발을 전공으로 하지 않은 비 전공자 개발자들이 유의해야 할 게 있다던데
"지난 4년간 학원에서 예비 개발자와 초기 개발자를 대상으로 많은 강의를 했다. 그런데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구별하는게 의미가 없더라. 두 달 정도 지나면 실력이 비슷해진다. 물론 전공자 중에는 괴물(?)이 있다. 80명중 1명꼴로 나온다. 이런 사람은 빼고 하는 얘기다. 학원에서 두달 배우면 비전공자나 전공자나 실력이 비슷해진다. 비 전공자도 전공자와 같은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전공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나면 이후 부터는 열심히 한 사람이 실력이 더 좋다. 나도 초기에는 개발을 잘 못했다. 그 당시에는 개발을 잘하는 사람 머리속은 나랑 다른 줄 알았다. 알고리즘적이고 객체지향적 머리를 가졌을 거라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그렇지 않다. 비전공자들 본인이 스스로 비전공자라는 말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개발 세계에서는 모르는게 죄다. 무시당하고 끌려다닌다. "
=개발을 잘하는 비법이 있나?
"개발은 영어 단어와 같은 면이 있다. 개발을 잘 하려면 일단 많이 외워야 한다. 나도 그랬다. 내가 남보다 개발을 더 잘하는 이유다. 내가 똑똑해서 그런게 아니다. 물어보자. 영어 잘하는 머리가 있나? 없다. 개발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뭘 외워야 할 지 아는 것 뿐이다. 예비 및 초보 개발자들은 이걸 모른다. 학원에 오면 이걸 가르쳐준다."
=프로젝트 현장에서 본 개발자들 대우는 어떤가? 개발 경력(연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나?
"개발자는 1~3년차가 지옥이다. 그런데 4년차가 되면 갑자기 대우가 좋아진다. 6년차가 4년차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개발자 세계가 그렇다. 유독 개발 1~3년차만 인간 이하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개발을 못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인격모독을 당한다. 우리나라 개발자 생태계를 보면 1~3년 개발자들이 현장을 많이 떠난다. 이런 대접과 무관치 않다. 신입도 개발을 할 줄 알아야 무시 당하지 않는다."
=강사가 아닌 개발자한테 배우라고 한다는데
"정확히는 현재 개발을 하고 있는 강사한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학원 브랜드나 커리컬럼을 보고 개발자 학원을 택하면 안된다. 전적으로 강사, 특히 메인 강사를 보고 학원을 택해야 한다. 반드시 강사가 현역 개발자인지 봐야 한다. 개발자 되려는 사람이 왜 강사한테 배우나, 현역 개발자한테 배워야지. 개발자였던 사람이 아니라 현재 개발자인 사람한테 배워야 한다. 아쉽게도 이런 사람이 드물다."
=개발은 혼자하는게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개발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초보 개발자 중에 "나 혼자 뭘 만들어 보고 싶은데요" 하는 사람이 있다. 절대 혼자 못한다. 일단 디자인부터 막힌다. 개발자 출신은 절대 디자인을 배울 수 없다. 디자인을 한 사람은 개발을 잘 할 수 있다. 14년 개발동안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는 개발자를 딱 두 명 봤다. 개발은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는 거다."
=개발자 교육에 교재가 필요없다는 건 무슨 말인가
"IT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무슨 교재가 필요하나. 교재가 있다면 의심해 봐야 하다. 학원의 개발자 교육은 언어를 가르치는게 아니다. 개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개발을 하려면 많은 걸 알아야 하고, 이런 걸 조합해 코딩을 할 줄 알게 해주는게 개발자 교육이다.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열정과 시간, 돈을 투자해야 한다. 자기가 생각한 계획에 20% 정도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게 좋다. 회사가 나를 가르쳐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내 꿈을 펼칠 회사를 만나는게 중요하다."
="자바 쉬운 책 추천해 주세요?"라는 말은 넌센스라고 했다
"쉬운 책이 세상에 있을까? 쉬운 책은 없다. 있다면 알려달라. 나의 경우 개발 5년차때 겨우 언어 책을 완독했다. 지금은 개발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한달에 책을 10권 이상 구입한다. 신입때는 안 그랬다. 70페이지 이상 읽어본 책이 없다. 내 실력에 비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책으로 실무를 배우기는 힘들다. 한두번 프로젝트를 한 후 책을 봐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거다. 모르기 때문에 책 속의 모든 예제를 다 따라한다. 무모한 일이다. 책은 프로젝트 두번 정도 한 후 봐야 한다. 그것도 미친듯이 봐야 한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개발자 등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프로젝트 현장의 개발자는 초급, 중급, 고급 세 등급이 있다. 개발자 단가표에 특급도 있지만 특급은 비싸서 아무도 안쓴다. 이 세상에 특급 개발자는 없다. 이론에나 있다. 만 10년차 이상을 고급 개발자, 만 6~9년차를 중급, 만4년~5년차를 초급 개발자라 한다. 우수개 소리지만 만4년차 미만은 사람이라고 한다. IT개발자는 실력만 좋으면 갑을 이기는 '슈퍼을'이 될 수 있다. 대기업 직원은 개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많다. 중소기업과 달리 4년차부터 관리로 빠지기 때문이다. 6년차나 9년차가 단가가 같고, 10년차와 15년차가 같다. SW개발회사들이 1년차를 기피하고 4년차를 쓰는 이유다. 둘이 단가가 같기 때문이다."
=개발자를 직업으로 하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다고 했다
"개발자가 부자가 되는 비법이 있다. 개발만 하면 안되고, 개발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개발자는 90%가 개발만 한다. 부자 개발자 비결은 간단하다. 개발도 하는 개발자가 되는 거다. 나처럼 강의도 한다든가, 경영도 한다든가. 나는 개발자지만 설계도 한다. 개발도 하면 죽을때까지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개발만 하면 보통 48세까지만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세상에 개발자는 많다. 굳이 나이 많은 개발자를 쓸 이유가 없다. 젊은 개발자가 못하는, 개발도 하는 개발자가 되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개발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이런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
=14년 개발자로 있으면서 IT 불황을 한번도 못봤다고 했다
"지금 코로나19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어 한다. 그런데 요즘 개발자들은 구인난이다. 구할 수가 없다. 발주처에서 개발자들을 보내달라는데 사람이 없다. 보통 발주처들은 1년차 개발자들을 피한다. 그런데 1년차 개발자라도 보내달라고 한다. 1년차 개발자도 없어 못보내고 있다. 요즘만 그런게 아니다. 내가 개발자로 일하는 지난 14년 내내 그랬다. 개발자들은 한번도 불황인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개발자가 정말 좋은 직업이다. 단, 1~3년차만 빼고다."
=자바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 자바는 어떤 언어인가?
"훌륭한 걸로 따지면 자바는 훌륭하지 않다. 별로다. 자바보다 파이썬이 10배는 더 좋다. 초등학교 IT교육도 파이썬으로 하고, 예스24에 제일 많이 나오는 언어도 파이썬이다. 그런데 왜 배우는 사람이 많냐고? 자바 분야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자바를 배우면 몇년이나 써 먹을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답은 알수없다다. 자바는 뿌리 같은 언어다. 일단 뿌리를 튼튼히 한 다음에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한다. 자바가 언제 망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자바 프로젝트가 가장 많다."
=개발자는 자존감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했다
"한가지 언어를 배워야 할지, 여러 언어를 배워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언어를 배워야 한다. 개발자는 자존감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판사나 의사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이들한테 꿀릴 이유가 뭐가 있나. 우리는 IT강국이다. 나는 농담으로 "내 콧대는 우주에 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다른 개발자들도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예비개발자나 초기 개발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개발자는 개발을 좋아한다. 대신 문서작업을 싫어한다. 그래서 워드나 엑셀을 하는 개발자를 선호한다. 실행력도 강조하고 싶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이뤄진다. 실천하지 않으면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생각은 그만하고, 행동으로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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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10년후 모습이 궁금하다
"한 달 후의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날 가두는 것이다. 난 무엇이든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