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바이오하자드 RE:3...6시간만에 끝난 21년의 기다림

호러는 요소는 강화됐지만 어드벤처 요소는 약화

디지털경제입력 :2020/04/07 11:01

지난해 바이오하자드2를 리메이크한 바이오하자드 RE:2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일까. 캡콤이 또 한번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를 출시했다. 1999년 출시됐던 바이오하자드3: 라스트 이스케이프를 리메이크한 바이오하자드 RE:3가 그 주인공이다.

저택과 경찰서 등 실내에서 게임이 전개됐던 1편과 2편과 달리 바이오하자드3: 라스트 이스케이프는 게임의 무대를 도시로 옮긴 것이 특징이었다.

실내가 아닌 실외로 공간을 변경한 것이 무슨 큰 변화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좀비와 마주하게 되고 그만큼 액션의 규모도 커졌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게임의 정체성 전반에 영향을 준 변화다. 실제로 1999년 출시 당시 바이오하자드3: 라스트이스케이프가 시리즈 팬들에게 액션게임 같다는 평가를 나온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바이오하자드 RE:3의 주인공 질 발렌타인.

바이오하자드 RE:3는 리메이크 버전이다보니 원작의 이런 특징을 그대로 이어왔다. 여기에 바이오하자드 RE:2에서도 호평받았던 수준 높은 그래픽과 음향 연출이 더해져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사격 후 파열음과 피격음이 재현도가 우수해 게임에 현장감을 더한다.

전작보다 넓은 지역을 묘사해야 함에도 그래픽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칭찬할만하다. 게임 내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적 몬스터의 외형도 더욱 크고 기괴하게 묘사되어 깊은 인상을 준다. 그래픽과 사운드에 중점을 두는 이라면 두 요소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게임 구성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다. 플레이타임이 길어야 6시간 정도로 매우 짧은데다가 원작의 세세한 요소를 대거 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판단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선형진행 구조를 택했다는 점도 라쿤시티 이곳저곳을 모험하기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점이다. 다만 원작을 즐기지 않은 이들이나 갔던 곳을 몇번이고 다시 다니면서 힌트를 찾아야 하는 퍼즐 요소를 반기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이런 변화를 반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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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라쿤시티 정경 묘사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선형구조를 택하게 되면서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가 사라졌다. 멀티 엔딩 시스템 역시 사라져서 어떤 플레이를 해도 동일한 결말을 향해 달리게 된다는 점도 아쉽다. 원작은 정해진 결말을 향해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정체성인 호러 어드벤처 장르의 범주에서 바라봤을 때 바이오하자드 RE:3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다. 호러만 남고 어드벤처가 사라진 이유다. 하지만 으스스한 분위기와 긴장감 그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